영화 <카페 벨에포크>
이 영화를 보고 제일 먼저 생각난 건 1979년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 앨랜 렝어가 실행했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이었다.
'시계 거꾸로 돌리기'실험은, 적어도 내 생각에는, 세계대전에서 병사들을 치료하며 우연히 플레시보 효과에 대해 알게 된 한 의사의 실험 결과와 함께 '사람은 믿는대로 된다'는 - 기적같은 마음가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준 긍정적이고 유익한 실험 중 하나다.
앨렌 랭어 교수의 실험은 간단했다.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무력하고 우울한 삶을 보내고 있는 70대와 80대 노인들을 (앞으로 이 나이대의 사람들을 과연 '노인'이라고 칭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그 문제는 차치하고) 한 마을에 모아 놓고 20년 전 풍경이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 tv, 신문, 물건 등등등 - 그 안에서 일주일을 살게 하고 그 후 몸과 마음의 상태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놀랍게도 일주일 후 거동이 불편하고 우울하게 보낸 사람들은 실제 신체적 리듬이 - 청력, 기억력, 행동력 등등이 - 20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갔거나 적어도 그 전보다는 향상된 것을 보여준다. 이 결과는 지금도 혁신적인 심리 실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내가 봤을 때 영화 <카페벨에포크>는 위에 언급한 엘렌 랭어 교수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의 프랑스 버젼이다.
1박2일에 2000 유로(현재 환율로 274만원이다) 나 하니 비싸기도 하지만, 그 값은 한다. 아내에게 외면 당하고 일도 안 풀리고 (아직은) 무기력해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주인공은 우연히 얻게 된 기회로 이 비싼 환경을 즐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중간중간 굳이 이런 장면을 넣어야 했나, 싶은 부분들도 있다. 15세 관람가이긴 하지만 몇몇 장면은 내가 만약 15살이라면 '뭐 하는 거지?'라며 궁금해할 장면이 - 아 요즘 청소년들은 이미 다 알고도 넘쳐서 내가 느꼈던 것과는 다를까 - 한 5초정도 나온다. 이건 분명히 19금 장면이라고 생각했던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에 비해 성적 묘사는 약하지만.... 음, 역시 이럴 때 가장 간편한 건 '문화적 차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뿐일까.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보이는 몇몇 인간 관계들에 대해 글쎄,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들은 더 심하면 더 심했으니까 그런 면에서 면역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오 역시 프랑스군 - 할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난 괜찮았다.
강력 추천이오!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볍고 코믹하고,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 아 지금 이 모든 기억과 깨달음을 안고 그 옛날 그 순간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
를 문자 그대로 직역해 보여주는 영화라서, 재미나다.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