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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10. 2023

12. 괴담

 "집에서 사랑받고 자란 아이"같은 느낌과 분위기

1.

프로이드 이후로 심리학과 정신의학이 지금처럼 각광받던 때가 있나 싶다. 전반적으로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뇌 연구도 환영한다.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뇌는 무.조.건. 일정 나이가 지나면 쇠퇴하고 트라우마(특히 어렸을 때 겪은 상처)는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절판된 <사랑의 과학>이라는 뇌 연구서를 보며 좌절했던 때가 떠오른다) 하지만 현재 연구는 다행히 그렇지 않다는 게 밝혀졌다. 뇌는 활용할수록 계속 발전하고 트라우마는 (물론) 쉽지 않지만 노력으로 벗어나는 게 가능하다.


모두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변할 수 있고 강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들과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기쁜 일이다.  



2.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도 부작용이 존재하니 - 바로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사랑받으려면 반드시 "집에서 사랑받고 자란 아이"같은 느낌과 분위기를 풍겨한 한다는 주장들이다.


마치 이를 위해 뇌 발전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듯이. 이런 뉘앙스의 주장들을 듣다보면 구토가 나올 것 같다.


건강하고 독립적인, 심신이 건강한 사람을 말하려는 건 알겠는데 - 너무 강조하니 마치 이기적인 외동딸, 외동아들같은 분위기가 풍기지 않으면 나는 사회에서나 인간관계에서 성공도 사랑도 못 하고 못 받는 인간으로 끝날듯이 말한다. 괴담이다.





3.

"집에서 사랑받고 자란 아이"같은 분위기가 좀 없으면 어떤가.


친구가 없어도 세상 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그런 걸로 상처받고 자살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기타노 다케시같은 어른이 우리 사회에는 없나.  




4.

긍정과 건강과 밝음이 언젠가부터가 비틀려져 확산되고 있다.



5.

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어도 괜찮다.


집에서 사랑받고 자란 사람도 문제가 많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할 것이다. 아주 길게. 왜 이 "집에서 사랑받고 자란"이 별 거 아닌지 쓰겠다. 한 사람의 모든 사생활- 이름 나이 학교 전공 모두 그대로 쓰겠다. 부러워할 필요 없다. 나도 한때 저런 사람을 부러워했다. 돈 걱정 집 걱정 전혀 없이 그저 공부만 하면 되는 삶. 그런데 저런 집에서 자란 사람들도 결핍이 있다. 믿지 못하겠지만. 부러울 이유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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