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플립>
이러한 둘의 엇갈림은
다음 3가지 사건을 통해 부딪히고 충돌하다 결국 화해를 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 사건은
마을 중심에 있던, 줄리가 사랑하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베어지는 사건.
이 나무에 올라가는 것을 늘 좋아했던 줄리는 어느 날 이 나무가 잘려나가는 사건을 계기로 브라이스를 다시 보게 됩니다. 나무에 올라가서 하늘과 마을 풍경을 좋아하던 줄리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통해 처음으로 아버지와 브라이스의 할아버지가 말하는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룬다"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은 줄리에게 마음의 평화와 함께 행복을 주는 곳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나무를 베겠다고 사람들이 모여들자 줄리는 나무에 올라가 이 나무를 지키려고 하고, 처음으로 브라이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브라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사라지죠. 이 사건을 통해서 줄리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이자 평화를 느끼는 장소를 타인으로 인해 빼앗기는 경험을 하는 동시에, 지난 6년 동안 그래도 같은 학교를 다니며 이웃으로 지냈던 브라이스가 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멋있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아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됩니다.
두 번째 사건은 계란 사건.
과학 경시대회에서 6개의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것으로 1등 상을 탄 줄리는 그 병아리들을 그대로 데려와 키우고, 병아리들은 곧 수많은 계란을 낳습니다. 곧이어 이 계란들을 구매하고 싶다는 이웃들이 등장하고, 이렇게 사람들이 사 가는 계란이라면 바로 앞집에 사는 브라이스 가족에게도 주고 싶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줄리는 매주 신선한 계란을 들고 브라이스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줄리가 별로인 브라이스와, 줄리의 가족을 늘 탐탁해하지 않았던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지저분해 보이는 줄리 집 뜰을 언급하며 그렇게 지저분한 집에서 나오는 계란이라면 살모렐라 균이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먹고 싶지 않다고 하죠. 그리고 가족에게(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아버지에게 - 특히 책에서는 가족들 중에 브라이스의 아버지만이 늘 공격적이고 꼬여있는, 부정적인 인물로 강하게 묘사됩니다) 이 말을 들은 브라이스는 곧바로 계란을 버리기 시작합니다.
영화에서는 한 달 정도 줄리 몰래 버린 것으로 나오지만, 책에서는 무려 2년 동안 버린 것으로 나와요.
이렇게 브라이스가 완전범죄를 실행하고 있던 와중에, 어느 날 계란을 건네주려고 오는 자신을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받는 브라이스를 보면서 줄리는 행복한 착각에 빠집니다. 이제는 브라이스도 자신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내가 노크를 하기도 전에 문을 열어주다니, 내가 오기를 기다렸구나!!!). 그런 행복한 생각을 하며 평소보다 더 늦게 문 앞에서 서성거리던 중, 문을 열고 줄리가 준 계란을 쓰레기통에 넣어 나오는 브라이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줄리는 놀라죠. 여태까지 자신이 준 계란을 다 버렸냐고 물어요. 이 말을 듣고 미안해하기는 커녕 오히려 브라이스는 너희 집의 더러운 뜰을 보며 살모렐라균이 있을 거라 생각해 버렸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자 줄리는 이 계란을 돈 주고 사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너에게는 그동안 공짜로 계란을 준 것이라고 울면서 말합니다.
영화에서는 글썽이는 줄리를 처음 본 브라이스는 당황하며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줄리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계란을 다시 갖고 자신의 집으로 갑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글썽이는 줄리를 보고서도 브라이스는 넌 그럼 다른 사람들한테는 돈 받고 계란을 주면서 왜 우리 집에는 지난 2년 동안 공짜로 계란을 준거야? 난 널 좋아하지도 않는데? 너에게 친절하지도 않는데?라는 소리를 연거푸 해서 결국 줄리를 울리고 말죠. 그리고 줄리는 이런 멍청하고도 예의 없고 제멋대로인, 잘생긴 게 유일한 장점일 뿐인 브라이스를 대체 내가 왜 6살 때부터 좋아했지,라는 고민을 하게 되면서 실제로, 자신은 브라이스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정말, 오직 잘생긴 외모 하나 때문에 브라이스를 좋아하는 자신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반추도 시작하게 됩니다.
세 번째 사건은
이 계란 사건으로 알게 된 삼촌의 존재와
이 삼촌에 대한 브라이스의 언행을 보고 실망하는 줄리.
자신의 집 뜰이 엉망인 것을 보고 계란에 살모렐라 균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줄리는 그제서야 처음으로 자신의 집 뜰이 자신이 보기에도, 그리고 남이 보기에도 지저분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곧바로 부모님에게 어서 집 뜰을 정리하자고 말하죠.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집에 돈이 풍족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줄리의 부모님은 우리집 뜰이 지저분한 이유는 뜰을 정리할 만한 돈이 없기 때문이고, 또 무엇보다 그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는데 우리는 사실 이 집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집 주인이 해야 할 일인 집 뜰을 정리를 굳이 우리가 할 필요 없다고 말해요. 자신이 평생 살았던 집이 사실은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것도 줄리는 이때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집이 왜 뜰 정리도 못 할 정도로 돈이 없냐.
그건 바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삼촌의 존재때문이었습니다.
줄리는 알고보니 부모님이 버는 돈이 모두 오랜 시간, 그리고 지금도 현재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삼촌을 보육하는 시설 대부분에 보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혼자 뜰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브라이스의 할아버지와 나와서 줄리를 도와줍니다. 나무 사건에서 줄리가 신문에 난 기사를 읽었다면서, 죽은 아내가 생각난다면서, 뜰을 치우는 걸 돕고 싶다고요. 줄리는 처음에는 난색을 표합니다. 그리고 브라이스에 대해 언급해요. 그동안 브라이스가 자신의 계란을 버린 일에 대해서요. 2년 넘게 자신의 집에서 나온 계란을 몰래 버려온 브라이스의 이야기를 들은 할아버지는 상처를 받은 줄리에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스에 대한 나쁜 말은커녕 나쁜 마음도 먹지 않는 줄리에게 친손자인 브라이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브라이스는 제 아비를 닮아 정말 정말 잘 생긴 아이지만, 갈 길이 먼 아이라고. 사람의 인격은 어렸을 때 형성되는 것이라서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누구와 인연을 맺느냐가 정말 중요하고, 그렇게 사람을 보는 눈은 어렸을 때부터 키워야 한다고 말해요.
할아버지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듣고 줄리는 왜 자신의 집 뜰이 그동안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줄리네 집을 비꼬아서 말하는 브라이스의 아버지에게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는 줄리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러자 브라이스 아버지는 역시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집안이라고 말하며, 평소 잘생긴 외모와는 달리 늘 농담이라고 말하며 남을, 특히 줄리네 집을 무시하던 발언을 연이어 하면서 결국 브라이스조차 느끼기에 자신의 아버지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을 하게 되죠. 그리고 남들이 자신과 아빠가 똑 닮았다고 하는데, 혹시 자신도 지금 보는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처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을 함부로 대하고 비웃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줄리의 지저분한 뜰을 비웃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발언에 줄리를 보호한답시고 줄리의 삼촌 이야기를 말하는데 - 브라이스의 친구가 이렇게 말해요. "아 역시 걔가 이상한 이유는 유전자 때문이구나, 그 밥에 그 나물이구나" 라고. 그런데 이 말을 들은 브라이스는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동조하죠. 그러면서 자신이 사실은 겁쟁이가 맞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문제는, 이 대화를 줄리가 우연히 듣게 되고,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브라이스를 보고 역시 브라이스는 자신이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고, 사람을 잘못 봤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심지어 나중에 브라이스가 자신이 그 말에 동조했던 이유는 그 장소가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며 사실은 한대 패고 싶었다, 미안하다, 라는 말하지만 이미 브라이스에게 실망을 하고 그런 브라이스를 지난 6년동안 좋아했던 자신에 대해서도 화를 내며 이제는 브라이스에 대한 줄리의 생각은 확고해지죠.
이 사건을 계기로 줄리는 브라이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재정리합니다.
그리고 이런 줄리의 변화로 인해 브라이스 역시 그동안 줄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외모만을 보고 소년을 좋아했던 소녀는 변해갑니다.
어느 순간 자신을 대하는 소년의 말과 행동들을 곱씹어 보며 외모를 넘어 소년의 내면을 알아보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한 사람을 파악하는데 그동안 너무 얄팍한 기준으로 상대방을 보았던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점검하고, 그 다음부터는 소년의 말과 행동들을 유심히 살펴보죠. 이러한 관찰과 생각과 생각을 거듭한 끝에 자신을 대하는 소년의 부분은 전체보다 낫지 않다는 것을 알고, 소년과 멀어질 것을 결심하죠.
외모만을 보고 소녀를 멀리했떤 소년 역시 변해갑니다.
자신을 향한 소녀의 이해심, 행동력, 진취성을 포함해 선한 마음을 알아보기 시작하고, 무엇보다 그동안 남녀의 이성적인 감정을 넘어 소녀가 얼마나 자신을 위했는지, 자신에게 보여 준 소녀의 용기와 배려를 알아보기 시작하죠.
책과 영화의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결말
이 작품이 흥미로운 부분은 마지막에, 소년이 소녀가 가장 사랑했던 나무를 심어주는 장면으로 끝난다는 점입니다. 줄리가 가장 사랑했던 플라타너스 나무 묘목을 브라이스는 줄리네 집 앞에 심습니다.
영화에서는 그런 브라이스의 모습을 보고 줄리가 다가가며 함께 나무를 심는 것으로 끝나고,
책에서는 자신의 방에서 자신을 위해 나무를 심는 브라이스를 바라 보며 브라이스에게는 아직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중요한 부분은 영화와 책 모두 앞으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라 다짐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이 둘은 마침내 서로를 알아보는 것으로, 상대방의 부분보다 전체를 볼 줄 아는 어른이 되어 있죠.
책과 영화 <플립>, 모두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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