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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Jun 07. 2023

119. 옛친구

"네가 연락이 되지 않아서 두 가지를 생각했었어."

오랜만에 옛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이틀 연속으로 통화를 무려 1시간 반이나 했다. (참고로 저는 통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카톡도...) 오랜만에 연락된 그 친구는 그새 쌍둥이 엄마가 되어 있었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후였다.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너와 이렇게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니 너무 좋다, 외에는. 메신저로 건네어 받은 그녀의 아이들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녀의 죽은 남편도, 결혼식 사진도 아름다웠다. 한국에도 몇 번 왔었다는 그녀에게 내가 왜 그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는지 설명하느라 애를 먹을 줄 알았는데, 그녀의 말은 의외였다.


"네가 연락이 되지 않아서 두 가지를 생각했었어. 하나는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사라진 게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시간들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다 연락을 끊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작년에 남편이 죽고 내가 수술받고 입원하면서 깨달은 건데... 그냥... 네가 내가 모르는, 매우 매우 슬프고 힘든 상황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 그래서 누군가 너무 필요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기대고 싶지만 민폐가 되고 싶지 않아서 그때의 나처럼 당분간 혼자 있기를 선택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 그런데 사실 그럴 때는 누군가가 꼭 필요하잖아. 그래서 기다렸어." 


... 설명할 필요 없이 나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복인가. 


그녀와 아이들이 여름에 한국에 오기로 했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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