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메인이 아닌 서브만으로도 충분해

포근하게 덮어주는 계란프라이처럼 내 몸을 편안하게 달래줘

by 허둥지둥

아침식사로도 상관없다. 점심도 문제없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먹을 게 마땅치 않을 때 나는 볶음밥을 만든다. 시큼한 김치를 넣으면 김치볶음밥. 냉동 새우를 넣으면 새우볶음밥. 굳이 특별한 걸 넣지 않고 야채랑 밥만 넣고 볶아도 충분히 맛있다.

여기에다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계란프라이. 내 개인적인 취향은 써니사이드업. 프라이팬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센 불에 겉면을 바삭하게 튀긴 듯한 달걀프라이를 위에 얹으면 어떤 요리이건 아주 근사한 모양새로 바뀐다. 본디 음식은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맛으로 즐기는 것. 완성된 볶음밥 위 포근하게 덮어주는 이불 같은 달걀프라이는 그야말로 화룡점정


노랗게 떠있는 모양새가 해를 닮은 것도 같고, 복숭아 통조림 속의 황도 같다. 보고 있자면 동글동글 귀여운 모양새와 심플하지만 명랑한 색감에서 뿜어져 나오는 경쾌함이 먹는 이의 마음으로도 전해진다.



빛나는 건 주연이지만
훌륭한 조연이 없다면 주연도 빛날 수 없다.
돋보이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몸을 둥글게 말아내고 한숨 쉬어가는 아기자세는 포근하게 덮어준다는 의미에서 볶음밥 위 계란프라이와 공통점이 있다.

특히 빈야사 수련에서 쉴 새 없이 동작을 이어가다 중간중간 아기자세로 들어가 한숨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면 들뜬 호흡만 아니라 일렁이는 마음 또한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들뜬 숨을 골라내는 휴식 자세로도 쓰이며, 후굴로 좁아진 몸의 후면부에 공간을 만들어주고 확장된 앞면은 닫아내는 동작으로도 종종 사용된다.


숨을 내쉴 때 긴장을 툭 풀어내면 어깨 등 전체가 말랑말랑 공간이 생기며 몸의 앞면을 포근하게 덮어내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아기자세를 한동안 하고 있노라면 이때 드는 편안함은 어떤 아사나에 비할 길이 없다.


최근 하타요가의 붐으로 인해 후굴이 많아지는 요즘 요가아사나에서 무엇보다 전굴동작의 중요함 또한 커진다. 일반적으로 하타요가에서 보면 기후전비도라는 순으로 시퀀스가 진행된다. 기울기, 후굴, 전굴, 비틀기, 도립자세로 이어져 온몸을 구석구석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몸을 풀어낸다.


수련을 하다 보면 후굴을 들어간 이후엔 전굴로 몸을 움직여준다. 열어주는 동작을 하면 닫아주는 동작으로 몸의 균형을 맞춰준다. 본디 모든 일이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처럼, 몸도 한쪽으로만 쓰지 않고 골고루 움직여주는 것이 탈이 나지 않는다.




아기자세를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발등도 바닥에 내려놓는다. 엄지발가락은 붙여내고 발뒤꿈치는 자연스럽게 벌린 상태에서 무릎 사이는 본인에 맞게 벌려준다. 대신 그 사이가 너무 넓거나 너무 좁아도 불편할 수 있으니 본인에 맞게 조절한다. 무릎 사이를 벌리면 척추의 중립의 신전이 좀 더 증가된다. 이와는 반대로 다리 사이가 좁을 경우 다리가 상체를 받쳐주기 때문에 척추의 굴곡이 유지된다. ***허리 디스크가 있을 경우 허리를 둥글게 구부리는 자세는 주의를 요한다.


이제 한 손 한 손 매트 앞쪽 바닥을 짚으며 상체를 숙여내려 간다. 완전히 숙여내려 간 상태에서 양팔은 본인에 옵션에 맞게 수정한다. 팔은 앞쪽으로 펼쳐내도 좋고 뒤로 보내서 손등을 골반 옆 바닥에 두고 있어도 좋다. 이때 팔꿈치를 곧게 펴내지 말고 살짝 굽혀내서 어깨 가슴의 긴장을 풀어내도록 한다. 긴장을 푸는 것이 어렵다면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다가 후하고 내뱉으면서 몸에 힘을 뚝 떨구어 내본다. 그러면 쇄골 주변부가 늘어나면서 긴장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보통은 이마를 바닥에 대고 있는데 목이 불편하다면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서 편한 뺨을 바닥에 내려놓고 있어도 좋다.




자세에 들어가서 고요히 호흡하고 있다 보면 내 몸 안에 숨이 어떻게 채워지고 빠져나가고 있는지 몸의 느낌에 집중할 수 있다. 이 자세 자체가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것에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괜스레 더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주연이 빛나는 건 그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조연들이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기 만한 요가 아사나 말고 잠시 몸을 달래주는 쉬어가는 자세가 필요할 때가 분명 있다.


화려한 맛의 볶음밥이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기 전 그 위에 놓인 계란프라이가 살짝 마음을 살짝 눌러 잡아주는 것처럼 또한 이 자체만으로도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든다.


때론 메인이 아닌 서브만으로도 우리의 눈과 마음에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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