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 몸은 나의 가치를 대변하는가?

껍데기에 휘둘리지 말고 변하지 않는 진정한 가치 있는 것을 탐구해야한다.

by 허둥지둥

피지컬 100 시즌2가 곧 나올 예정인가 보다. 최근 SNS에서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작년 시즌1을 아주 재미있게 본 1인으로 아주 기대가 크다. 이 프로그램 초반엔 그냥 단순히 몸을 쓰는 서바이벌 게임인 줄 알았는데 회차가 거듭 될수록 두뇌회전 및 리더십 협동심 등등 많은 것이 함께 녹아져 있었다.


그냥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는 멋진 몸들과 놀라운 운동능력을 가진 이들을 지켜보면서 눈이 아주 즐거웠다. 하나하나 보면 정말 대단한 몸들로 다들 신체적인 매력지수 및 능력들이 엄청나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이들을 100명 모아둔 이곳에서는 또 신기하게 우열이 갈라졌다. 누가 보기에도 월등한 신체구조를 가진 이와 상대적으로 열세한 몸. 근데 신기하게도 서로 다른 이 들의 몸들 중에서도 분명 좀 더 최적화된 상황과 조건이 존재했다.


그 차이을 줄이고 경기에 맞춰서 몸을 얼마나 자신의 한계까지 끌어 쓰고 있는가 그들의 역량과 그걸 넘어서는 정신력이 아무도 예상 못하는 반전요소였다.


나에게 이 프로그램이 준 가장 큰 가치는
바로 하나의 몸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나도 운동을 하면서 이런 쪽에 관심이 가서인지 멋진 몸을 가지고 운동역량이 뛰어난 이들을 무척이나 훌륭하고 대단한 존재로 바라보았고, 스스로도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도 종종 하곤 한다. 그러나 멋진 몸을 가진 만큼 훌륭하고 가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살짝 의문이 들었다.


최근 요가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차담 시간에 수련생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본인은 몸이 좀 불편한데 남들과 같이 수련하다 보면 혼자 그 동작을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자괴감이 느껴지고 눈물이 다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주변의 따뜻한 격려가 있었지만 그분은 결코 자신의 심정을 누구도 이해 못 한다 단언했다.


그 말을 듣는데 예전에 본 칼럼이 생각났다.


칼럼을 쓴 이는 자신의 몸과 스스로의 가치를 연관 지어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I work to not associate my body with my self-worth


이것이 요즘같이 외모지상주의적인 세상에서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특히나 이런 스포츠업계에서 일하는 종사자로서 그 어려움은 더더욱 잘 이해된다. 글쓴이 자신도 예전엔 보이는 것에 대해서 많은 강박과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당장에 자신을 보고 운동을 하러 오는 수련생들의 시선, 수강생의 수, 회사에서의 압박 등등 그런 것들로부터 자신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했다. 근데 그런 그에게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어린 자식을 키우면서였다고 했다.


일반적인 몸의 기준을 내세우지 않는 것. 남성은 키가 커야 하고, 어깨가 넓어야 한다는 것. 여성은 가슴이 크고, 허리는 잘록하며 팔다리는 가늘고 길어야 한다는 것


특히나 감수성이 높은 어린 청소년시기에 이런 편협적인 미의 기준과 몸에 대한 가치판단은 무척이나 위험하다. 나 또한 20대 대학생 때 식이장애를 겪었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외면적으로 아름다워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짓눌렀던 시기가 있었다. 이는 삐뚤어진 자아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글쓴이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하며 글을 끝맺었다.



"아직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젊은 이들에게 보다 긍정적인 역할 모델이 되기 위하여 스스로를 너무 강하게 질책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요가강사로 누군가의 앞에 서기까지 걸림돌이 되었던 많은 것들 중 하나는 난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소위 몸이 열린 사람에 속하지 않아서 아사나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는 점. 막상 동작이 안되고 나보다 더 유연한 이들 앞에서 수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공포로 다가왔고 한없이 나 스스로를 작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신체를 가지고 대단한 신체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막연히 멋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되겠지만 겉으로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왜냐면 각자의 몸은 뼈구조부터 근육의 탄성, 유연성 등등 능력치가 다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남과 비교해서 왜 난 저렇게 안되지라고 평가하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내 몸에 집중해야 된다는 사실. 내 몸을 잘 알고 아픈 곳 없이 기능적으로 잘 작용하고 능력 치에 맞게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단순 비교 속에서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거나 이 때문에 극단적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받아가면서 스스로의 신체를 한계까지 몰아세우며 정신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챙기는 것이 이제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보이는 것에 너무 휘둘리기 쉬운 현실이다.


보이는 것에 맹신하게 된다면 어느 순간 그 실체가 변화하게 되면 그 마음은 떠나가기 마련이다.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들 중에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실체는 자연스럽게 변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퇴화되기 마련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쫓아다니다 보면 결국엔 존재하지 않는 허왕된 현실을 살아가게 되어있다. 본인이 원하는 이상향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끊임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며 남의 시선에 휘둘리는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껍데기에 휘둘리지 말고 변하지 않는 진정한 가치 있는 것을 탐구해야 한다.


아마 살아가면서 계속 노력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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