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어른스러운 아이

한 어른스러운 아이가 있었다.

by 허둥지둥

한 어른스러운 아이가 있었다.

눈치가 빠르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당신엔 그 말이 칭찬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눈치를 봤다. 집안 분위기를 살피고, 어른들의 표정을 읽고, 말하기보단 속으로 하는 게 여러므로 좋다고 생각했다. 어린아이에게는 조금 빠른 보폭으로 걸어왔다는 걸,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알았다.

아이가 눈치를 본 이유는 분명했다. 자신에게 맞춰주는 어른들보다, 자신이 맞춰야 하는 어른들이 주변에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보단 참는 법을 자연스레 먼저 배운 아이는 그렇게 ‘애늙은이’가 되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 서운하다고 말하는 것,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것도 모두 어리광처럼 느껴졌다. “아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게 왠지 부끄러운 일이었다. 떼를 쓰지 않았다. 고집을 부리지도 않았다. 먼저 이해했고, 양보했다. 그게 어른스러운 태도라고 믿었다. 아이이지만 아이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압박이 늘 따라다녔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런 모습이 더 좋아 보였고, 어른들의 칭찬과 관심을 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과연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한동안 어른아이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했다. 진짜 어른은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망가지고 몸도 아파왔다고 했다. 이젠 조금 다르게 생각할 때가 왔다는 신호였던 것이다.


진짜 어른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한 가지는 자신의 상태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괜찮지 않을 때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힘들 때 힘들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어야, 타인의 감정도 헤아릴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주변에 진짜어른을 찾기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역시나 어른이 된 우리도 여전히 아이였을 때의 방식을 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버티는 법에는 익숙하지만, 돌보는 법에는 서툴다. 나 역시 그렇다. 이제는 나에게 솔직한 어른으로 살고 싶다. 더 이상 다른 것으로 나를 증명하지 않고, 애쓰지 않고 지금의 나를 허락하는 삶으로. 그게 내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어른아이가 아이어른이 되어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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