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소비일기
한 해의 마지막이 다가오자 대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꼼꼼히 청소하는 사람은 연말 대청소가 딱히 필요 없겠지만 게으른 우리 부부는 연말 대청소가 연례의식이다. 창을 활짝 열고 팔을 쭉 늘려 기지개를 켠다. 무인양품에서 산 벽걸이 CD플레이어에 가을방학의 CD를 넣고, 가장 먼저 매일 사용하는 베개 커버와 매트리스 커버를 벗겨내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세탁이 되는 동안 가구들의 위부터 아래까지 쌓인 먼지를 쓱쓱 닦아주고, 창문과 창틀 사이와 거울을 차례로 닦았다. 평소에 눈길이 가지 않는 높은 곳이나 구석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런 데가 더려워져 있었구나'하고 움찔한다. 서랍장의 물건들을 꺼내어 보고 다시 제자리에 놓으며 불필요한 물건들 중 플리마켓에 내놓을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한다. 나름 신중히 물건을 사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용하는 것만 사용하고 불필요한 것이 눈에 보인다.
빨래는 탈탈 털어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는 베란다에 널어두고, 현관부터 부엌 겸 거실, 방까지 마가렛 호웰에서 산 빗자루로 쓸고 (남편이 산 로봇 청소기가 있지만 집이 좁아서 빗자루가 편하다.) 최근에 인터넷으로 산 스팀 걸레로 깨끗이 닦았다. 우리 집은 1K(원룸+키친)라서 집안일이 금방 끝난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욕실 청소까지 마치고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린다. 집에서 느긋하게 쉬는 즐거움, 편안한 파자마와 따뜻한 차 한 잔, 멋진 문장을 발견할 수 있는 책 한 권과 설레는 음악, 주말을 채우는 것은 더 이상 쇼핑백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적어지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즐겁다. -<오늘도 비움>에 나오는 구절처럼 집에 있는 시간이 소중한 요즘, 정리가 끝난 후 방에서 감도는 깨끗한 공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