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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이 Jan 03. 2024

나의 단골 목욕탕

도쿄소비일기

일요일 아침이면 우리 가족은 으레 동네 목욕탕에 가곤 했다. 온탕과 냉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 작은 목욕탕 의자에 앉아 온몸이 빨개질 때까지 있는 힘껏 때를 밀었다. 목욕이 끝나면 언제나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거나 포장마차에서 호떡이나 오뎅 같은 것을 사 먹었는데 반쯤 젖은 머리로 집에 돌아와 호로록호로록 라면을 먹으며 봤던 신비한 티브이 서프라이즈는 뭐가 그렇게 신기하고 재밌었는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서울 살이를 시작하면서 전처럼 목욕탕에 가는 일은 줄었지만 몸도 마음도 춥게 느껴지는 날이면 따뜻한 동네 목욕탕이 생각나는 건 여전하다. 주말 오후, 주섬 주섬 목욕 용품을 챙겨 남편과 함께 목욕탕 가는 길. 도쿄에 남편과 둘이 사는 나는 이제 등 밀어줄 엄마도, 언니도 없지만 혼자 하는 목욕이 싫지만은 않다. 남편과 나는 가끔 목욕탕 여행을 하는데 자주 찾는 목욕탕은 코엔지의 코스기유다. 80년이 넘는 세월 코엔지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 이곳의 여자 탕은 4개로 유자, 우유 등 매번 다른 탕으로 준비해 주시는데 입구에 있는 목욕탕 캘린더를 보고 관심 있는 날 찾아가기 좋다. 널찍한 한국 대중목욕탕에 비하면 민망할 만큼 협소해서 붐비는 날이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때도 많지만 조용히 양보하며 자기만의 목욕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만히 몸을 담그고 벽에 그려진 후지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단골 목욕탕 高円寺 작은 갤러리와 만화책이 있는 코스기유



: 거실 안쪽 벽면에는 작지만 한 달에 한 번 다른 전시를 하고, 만화책, 동화책이 있어 목욕을 마치고 커피우유나 주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어가기 좋다.


평일 15 : 30 ~ 심야 1 : 30 주말,공휴일 8 : 00 - 심야 1 : 30

목요일 휴무 / 성인 52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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