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의 <광야>
조선의 민중들이 일어나, 일제에 항거하고 한국의 독립을 선언한 비폭력 시민운동인 3.1 운동이 시작된 날이다. 이듬해인 1920년부터 임시정부는 3월 1일을 국경일로 지정하여 기념하였고, 2024년 3월 1일 오늘은, 105번째 삼일절이다.
우리 선열들은 일제의 무단 통치의 부당함과 조선인의 독립의지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힘쓰셨다. 누군가는 총을 들었고, 누군가는 붓을 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후손 된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일은 그들의 용기를 세세토록 기억하는 일뿐일 것이다. 삼일절을 기념해 오늘은 에디터의 최애 저항시인 이육사 시인의 를 소개하려고 한다.
작가인 이육사는 39여 년의 짧은 인생 동안 무려 17번이나 옥살이를 할 정도로 적극적인 독립 운동가였다. 그의 작품에는 한반도와 조선인을 사랑하는 마음과 일제의 부당한 통치를 규탄하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한반도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 고조선이 건국되는 날을 우리는 개천절(開天節)로 이름하여 기념하고 있다. 하늘이 열리는 날, 그 까마득한 날, 닭 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정적 속의 장엄한 날로부터 태백산맥과 낭림산맥이 광활한 동해를 따라 휘달리는 이 숭고한 땅을 감히 범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작가는 노래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이 땅 위에서 한강의 물이 연 길을 따라 부지런히, 끊임없이 살아왔을 것이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그러나 슬프게도 일제 강점기의 차가운 겨울이 시작되면서 우리의 땅 위에 시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스스로 차가운 눈을 뚫고 홀로 피어나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처럼 단호하고 고고하게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스스로를 희생하기를 선언하고 있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은 찾아오듯, 언젠가 먼 훗날, 다시 천고의 뒤에 위대하고 성스러운 존재가 백마를 타고 나타나 이 숭고한 한반도의 광야에서 대한의 광복을 목놓아 부르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이육사가 기다린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과연 누구를 상징하는 것일까? 에디터는 작가가 기대한 초인은 다시 한반도의 역사와 땅을 빛나게 할 위대한 한민족의 후예들을 의미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싶다. 한반도에 태어난 우리 선조들의 후예인 당신은 과연 오늘 백마를 탄 초인에 비견될 수 있는, 자랑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Editor. 류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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