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우울에 관한 짧은 이야기
옷뿐만 아니라 사람 간의 두께가 얇아지는 3월부터 5월 사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추운 날씨와 적어진 일조량에 모두가 움츠려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면 누구나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모든 생명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인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 비참하고 박탈감이 느껴진다. 나만 빼고 모두 다시 태어나는 듯하다.
겨울에 묵혀둔 우울증은 봄을 지나 폭발한다.
봄만 되면 주변인들에게서 곡소리가 들릴 때가 많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시작이 두려워지는 모양이다. 계절성 우울에 대해 알게 된 이후 이렇게 이야기한다.
"봄이라 그래, 이번 봄만 지나면 괜찮아져"
그렇게 다시 겨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또 봄이 오면 반복한다.
나의 우울은 그저 일시적인 것임을 기억하자.
요즘 유행하는 밈 중에 '버티는 자가 강한 것',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밈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남으려 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인내가 미덕이 아니게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남았다는 것은 버텼다는 뜻이다.
꽃피는 봄에 우울이 찾아온 그대에게
주인장이 많은 위로를 받았던 곡을 소개해 주며 글을 마치겠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라. 그냥 봄이라서 그런 거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 김광석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오직 슬픔만이 돌아오잖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외로움이 친구가 된 지금도
아름다운 노랜 남아있잖아
그 노래로도 그리움이 씻겨지지 않으면
받을 사람 없는 편지로도 지워지지 않으면
나는 벌거벗은 여인의 사진을 보며
그대와 나누지 못했던 사랑
혹은 눈물 없이 돌아서던 그대 모습을
아주 쉽게 잊을 수 있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추억은 그렇게 잊혀지면 돼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어린아이들의 가벼운 웃음처럼
아주 쉽게 아주 쉽게 잊을 수 있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스쳐가는 의미 없는 나날을
두 손 가득히 움켜쥘 순 없잖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가시 돋힌 폐허 속에 남겨진
너의 평범함을 외면하진 마
Editor.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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