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10
디스토피아 속에서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다.
한국 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정보라 작가의 뉴스를 최근 몇 년 접했을 것이다. 먼저 저주토끼는 부커상 후보에 2022년 올랐고 올해에는 너의 유토피아가 필립 K.딕상 후보에 올랐다. 두 작품 모두 아쉽게 수상의 영예까지는 누리지 못했으나 한국 소설의 위상을 제고하는 전환점을 만든 사건이었다. 동시에 정보라 작가는 에세이 아무튼 데모의 저자로 개인 경험을 통해 시민 사회 운동과 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모교이자 시간강사로 근무한 연세대학교에 퇴직금 법정 소송에 일부 승소까지 받아낸 이력을 갖고 있다. 즉 문학계에서 실력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도 시민 사회 운동에도 화두를 만들어가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너의 유토피아는 냉소를 넘어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디스토피아의 현실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안타깝고 절망적인 사건이 이어지고 등장인물은 이러한 사건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반전의 계기 없이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더 무서운 것은 독자는 작가가 묘사한 디스토피아의 미래가 조밀하고 섬세해 현실 가능성을 실감하는 지점이다. 앞서 언급한 저자의 화제작 저주토끼를 읽었다면 작품의 분위기에서 기시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소설서 읽는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라면 너의 유토피아를 추천하기는 어렵다. 이 책을 통해 만나는 8개의 작품은 내일의 희망보다 오늘의 절망과 우울함이 얼마나 큰지를 얘기하는 게 주제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주제 의식이 결국 정보라 작가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부상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비극과 절망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현재 인류의 욕망과 불안함을 표현했다. 동시에 반복되는 불행 서사 속 인물을 통해 인생에 대한 철학적 고민도 담아냈다. 또한 추상적인 비판이 아니라 현재 시점의 뉴스를 미래 시점서 제시하는 확장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 독자에게 미래의 이야기로 현실의 아픔과 약자에 대한 환기를 작품으로 보여줬다. 단순히 소설의 분위기가 우울하다는 단일한 평가로 일갈하기에는 너의 유토피아는 복합적이고 유의미한 결을 담아냈다.
너의 유토피아는 미래 디스토피아 풍경을 소설로 보여주면서 결국 현재 시점을 환기하게 한다. 작가는 단순히 문학을 통한 사회 비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삶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실제 보여주고 있다. 너의 유토피아를 통해 독자는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의 중요함을 실감하게 된다. 비록 내일이 밝지 않아도 정보라 작가와 독자가 살아가는 시대에서 꼭 갖춰야 할 태도이자 철학임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