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1): 스탠드업 국가대표도 쫄아버린 공연

웃기는 사람들: 김동하 인터뷰

by 혈키

요즘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를 얘기한다면 무조건 알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동하다. 2023년, YES24홀에서 열린 ‘Crowd work FINALE’ 공연으로 1,000석을 채웠다. 단독 스탠드업 공연으로써는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다. 그를 스탠드업계의 국가대표라고 부르고 싶다. 인터뷰도 많이 했다. 국어교육과를 나와서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지만 곧 교직을 나와 코미디에 뛰어든 발자취는 전례가 없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런 빽도 지원도 없이 혼자서 스탠드업에 뛰어들어 이제는 씬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혈혈단신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이룬 업적과 커리어에 비해, 그의 코미디를 얘기하는 인터뷰는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코미디를 해왔는지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우리 생각보다도 코미디를, 웃기는 걸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재밌는 형과 대화하면 재밌겠다는 마음도 조금 있었다. 공연, 또 공연으로 스케줄이 가득 찬 김동하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메타코미디클럽 홍대’의 오후 8시 스탠드업 공연에 올라가기 세 시간 전이었다.


잘 지내셨나요. 막상 오늘 약속 잡고 나니까, 공연 하기 전에 인터뷰 요청한 게 맞나 싶더라고요. 목 쓰는 사람한테 2시간 동안 얘기해 달라고 한 게 맞나.

에이, 내가 이 시간에 보자고 제안한 건데 뭐.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떠들면서 살아와서 괜찮아요. 오늘 공연도 마지막 순서라서 좀 쉬다가 올라가면 돼서.


VID_20250222_171158_00_027.mp4_20250613_022547.225.jpg 종로 공연이 끝나고 버스로 홍대에 이동했다고 한다. 광화문에 시위가 많아서 빨리 오기 힘들다고.


마지막이에요? 그럼 좀 마음이 놓인다. 어떻게 보면 현재 스탠드업에서 업계 탑이니까 마지막 순서인 게 당연하긴 하네요. 탑이 되고 나서 고민같은 건 없어요?

딱히 없어요. 스탠드업 외에도 다른 형태로 노출되거나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정도? 지금은 공연하는 김동하만 보이니까. 업계 탑이라는 게 조금 슬프기도 하지.


왜 슬퍼요?

내가 티켓 파워는 아직 있고 이 바닥에선 위쪽이긴 하지만, 막 기가막히게 유명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물론 스탠드업 같이 하는 동생들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해도, 또 그 정도는 아니다 싶거든요.


더 유명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거예요?

그렇다기보다는 너무 아는 사람만 아는 거죠. 내가 더 유명해져서 스탠드업 씬 자체가 커지게 만들어야 겠다는 책임감을 많이 가지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더 허슬하게 되는군요.

내가 하는 활동들이 ‘어떻게 스탠드업을 더 알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돼요. 대니 초 형 아니면 나 정도밖에 할 사람이 없는데, 대니 형은 외부 출연을 많이 안 하는 타입이고. 그래서 내가 해야겠구나 싶죠. 더 스탠드업을 널리 알려서, 내가 돈 버는 게 10년 걸렸으면 동생들은 한 6, 7년 걸렸으면 좋겠다.


외로운 싸움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외로운 직업인 것 같고.

맞아. 외로워졌어요. 탑이 돼서 외로워진 게 좀 있죠(웃음). 평소에 외로움이라는 걸 모르고 사는 사람이거든요? 주변에서 외롭다는 소리 하면 ‘왜 외로워? 외롭다는 감정이 뭐야?’ 이렇게 농담하고 그랬는데. 물론 지금도 혼자 있으면 막 ‘외로워. 침울해. 괴로워’이런 느낌은 아니지만, 어떤 고충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슬픈 거죠. 같이 고민하고 얘기하고 싶은데 대화를 나눌만한 사람이 없구나. 누군가는 ‘잘 됐으면서 투정 부리네’라고 할 수도 있고.


(인터뷰 초반, 잠깐 화장실을 갔다 왔다)시작하자마자 잠깐 자리를 비웠네요.

괜찮아요. 스타 만나서 배가 긴장했나 보네.


(웃음)진짜 준비를 많이 하긴 했어요.

안 해보던 거라서 그런 가 보다. 그러니까요. 인터뷰이들 어떻게 다 하는지 모르겠어. 근데 또 안 해본 거라 설레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러지 않아요? 그렇죠. 뭔가 의욕없이 살다가.


인터뷰가 잠깐 끊긴 이후 살짝 주객이 전도됐다. 오랜만에 만난 탓에 근황 토크 비슷한 역인터뷰(?)가 진행됐다. 일상에서나 무대에서나 이야기 듣기 좋아하는 김동하답게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계속 쉬고 있던 거예요?

이거저거 일 받아서 프리랜서로 하다가, 요새는 ‘뭘 하고 살아야 할까?’가 지속되고 있어요.

근데 그 생각만 하면 끝이 없거든. 뭐든 해야 돼.


맞아요. 더 이상 이렇게 늘어져있는 상태로 있다간 좆되겠다 싶어서 인터뷰도 시작한 거예요.

아 정말? 잘했네. 맨날 ‘인터뷰 해보고 싶다’ 생각은 엄청 있었긴 했거든요. 코미디 하는 애들 중에서도 생각만 하는 친구가 있어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서 결국은 삶의 끝까지 간다고 하더라고. 나는 ‘그런 생각 안 하면 되잖아’하는데 걔는 ‘그런 생각을 어떻게 안할 수 있어?’ 이러더라고. 아예 다른 문제구나 싶었지.


저도 그런 타입이긴 해서 ‘PD를 계속 하는 게 맞을까’ 생각도 있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지도 모르겠고. 대학생 때부터 해온 거다 보니 ‘내가 진짜 잘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한 요즘이에요.

그런 고민 누구나 한번씩은 하게 되죠. 배운 게 또 도둑질이라고, 이럴 때 다른 일 하다 보면 ‘내가 그걸 좋아했구나’ 깨닫는 순간이 올 수도 있으니까. 정진해봐야지 뭐.


그럼 동하 님은 집에서 쉴때 세트(스탠드업 중 하나의 농담 덩어리) 안 짜면 뭐해요? 안 짜고 쉴 때 저런 고민 같은 건 안 하는 편이에요?

일단 우리 직업이 출퇴근이 명확하지가 않단 말이에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스케줄 계속 있고, 월요일 화요일에 외부 스케줄 없으면 쉬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집에서 하루종일 제대로 쉬는 건 잘 없긴 해요. 집에서도 가만히 있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청소하고 밥 해 먹고 반찬하고 빨래 하고 정리하고 운동가고… 이러다 조크 생각했다가 또 틈틈이 스탠드업 공연했던 거 편집하고.


계속 동하 님이 직접 편집하는 구나. 맷 라이프(Matt Rife,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스탠드업 코미디언 중 한 명이다) 아시죠? 맷 라이프 인터뷰를 봤는데, 그 사람도 본인이 직접 편집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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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아직도? 결국은 영상 호흡 생각하면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맞아. 그 호흡은 나만 아는 거야. 편집자를 써봤는데 스스로 편집할 수밖에 없더래요. 그건 처음 알았다. 팀이 있는 걸로 아는데.


카메라 잡고 자막 넣는 건 도와주겠지만 전체적인 컷 호흡은 자기가 해야 된대요. 맞아. 힘들지만 어쩔 수가 없어. 맷 라이프도 요즘 ‘크라우드 워크’로 엄청 핫하잖아요.


‘크라우드 워크(Crowd work)’는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과 농담을 나누는 방식의 스탠드업이다. 그날그날 새로운 관객들과 그때그때 나오는 대화를 받아치며 공연을 이어간다. 당연하게도 전부 애드리브다.


맷 라이프 핫하죠. 근데 미국 코미디언들이 맷 라이프를 많이 리스펙하진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조크가 훌륭하지는 않아서. 넷플릭스에서 스페셜 만들기 전에 나온 게 있었는데, 재밌지가 않아. 조크와 크라우드 워크 밸런스가 안 맞았구나. 그래서 대니 형이 나한테 와서 ‘동하 너가 크라우드 워크는 잘하는데, 조크도 잘하면 더 잘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크라우드 워크’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얼마 전에 했던 <커넥트> 공연을 100% ‘크라우드 워크’로 진행했잖아요. 진짜 전부 애드리브로만 80분 공연을 채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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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는 공연 전체를 관객과의 소통으로만 채운 '풀 크라우드 워크' 공연이다. 정해진 대본과 조크 없이, 모든 것이 즉흥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맷 라이프의 'Red flag'가 대표적인 '풀 크라우드 워크' 공연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공연은 '메타코미디클럽 홍대'에서 진행된 실황을 녹화하여 지난 4월 CGV에서 단독으로 개봉했다. 안타깝게도 손익분기점은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100%. 완전 처음이었지. 처음에는 공연 대기실에서 영준이 형(메타코미디 대표)랑 같이 있으면서 이랬어요. ‘나 안 떨린다? 신기할 정도로 긴장이 안 돼. 올라가기 전에 오줌 싸고 올게’ 말하고 화장실에서 바지 지퍼 내렸는데 고추가 쪼그라 들어있는 거예요. 긴장한 줄 몰랐는데? 그 때 긴장했다는 걸 알았지. 다시 대기실 가서 거기가 쪼그라들어있다고 하고 막 웃다가 무대 뒤로 갔는데, 정말로 오랜만에 심장이 터질 거 같은 느낌을 받았지.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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