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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May 17. 2023

[수수한그림일기]붓펜으로 그려봐도 되는 이유

2023.5.16

누구나 '잘 그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을런지 그것은 알지 못하겠으나,

누구나 '그리는' 사람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겠다.


이따금 그리는 나날은

한 장의 그림을 그리는 데 마음의 무게가 무거웠다.

여기에 선을 더하면 망쳐버릴까 주저했고, 주저했기에 시간은 오래 걸리고, 그래서 지루해졌고 이내 지쳤다.

다음날은 노트를 펴기도 전에 그 여정이 그려져 마음이 벌써 지루해졌다.

마음만큼 무거운 것은 노트의 표지였다.

넘기지를 못했다.

그렇게 이따금 그리는 나날이 되었고 이내 그리지 않는 나날이 되었다.


_

매일 그리면서 얻게 된 것은

'괜찮아'의 마음이다.

괜찮아.

나에겐 다음 페이지가 있으니까.

내일 또 그릴 거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붓펜으로 그려봐도 되고 종이를 쭉쭉 찢어 붙여봐도 되는거야.


잘 그리고 싶은 욕심이 드는 날에는 그 마음 위에 두 줄을 박박 긋는다.

아니. 나는 잘 그리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고, 매일 그리는 사람이 될 거니까 그 마음은 당장 넣어두라고.

욕심 위에 두 줄을 박박 긋지 않는다면

다시 이따금 그리는 나날이 올 것만 같아서이다.


.


사실 진짜 되고 싶은 것은

매일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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