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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그림일기]책.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2023.5.22

by 수수한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_정희숙>

주기적으로 이런 책을 읽어줘야 한다.

사실 정리책뿐 아니라 대부분의 영역의 책이 그렇다. 주기적으로 봐줘야 마음이나 생각이 그쪽으로 흐를 수 있다. 아차, 이 부분을 잊고 있었지 하고.


그래서 에세이가 고플 때, 소설이 고플 때, 인문이 고플 때... 내가 무엇에 고픈지 살펴보려 한다. 사실 읽어야 알 수 있다. 내가 이것에 고팠구나. 흡입력이 있고 같은 분야를 더 읽고 싶거나 움직이게 되면 고팠던 것이다.


정리책을 간간히 봤으나 읽을 때뿐 덮고 말았는데 이 책은 토요일에 읽고 일요일에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침부터 정리, 점심 먹고 정리, 저녁 먹고 정리. 어제는 하루종일 그렇게 보냈다.


도움이 가장 된 부분은

'베란다부터 비우라'였다.

보통 정리책을 읽고는 각 방부터 공략했는데 그러다가 다른 방은 다음에.. 하고 슬그머니 미루게 되었다.

양쪽 베란다를 비우니 빈 공간이 나오고, 방에 있는 물건을 베란다로 보내고 싶어져 몸이 움직여졌다.


내가 버리는 결단력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가 지구에 죄스러운 마음이 커서인데(그렇다면 애초에 들이지를 말았어야지), 역시 이 부분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나 다른 날보다 용기를 내었다할 수 있다.

아 또 하나는 어제의 일기처럼 루피의 눈과 마주치는 상황이 오면 아주 어려워진다. 결국 어제 꼬마들이 그리고 쓴 어린 시절 편지와 쪽지 그림들은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기쁘고 반가운 마음으로 신나게 감상한 뒤 다시 상자에 넣어두었다. 도저히 한 장도 버릴 수 없었어.

맞춤법 틀렸는데 세상 진지한 편지들을 어떻게 버려. 특히 수시로 나와 작은 꼬마에게 사과하는 큰 꼬마의 편지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물론 가구를 들어내고 버린 것이 아니기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고, 엄청나게 빈 공간이 더 생긴 것도 아니지만 나에게는 정리로 하루를 다 쓴 일요일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거기에 있던 많은 것들을 비웠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 기조가 유지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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