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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그림일기]지루하지 않게 집에 오는 법

2023.6.14

by 수수한

아이를 낳고 나서, 아니 임신했을 때부터 향수를 쓰지 않았다.

아이를 안고 보듬어야 하니 아이에게 나쁘면 나빴지 득이 될 일은 없다는 생각이었다.

아이들이 제법 자라서도 쓰지 않게 되었는데 가뜩이나 인공적인 물질에 노출되어 있으니 향수까지 보태지는 말자는 생각이었다.


어제 볼 일을 보러 나섰다가 향수코너를 발견했다.

궁금증에 여러 향수의 향을 맡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향수를 손목과 귀 뒤에 칙칙 뿌리고 왔는데 달큰한 것이 제법 기분이 좋은 것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내 코만 믿고 골라 뿌렸는데 나오고 나서 찾아보니 매우 인기 있는 향이었네.


망고 타이 라임 향.

태국에 갔다가 인상 깊어 만든 향이라는데 역시 태국 러버인 나답구먼.

달큰함이 좋아 왼 손목 킁킁, 오른 손목 킁킁 번갈아가며 킁킁거리며 집으로 왔다.


맞아. 좋은 향은 쉽고 빠르게 좋은 기분에 도달하게 해 주지. 오랜만에 향수 들여볼까 했는데 지속성이 매우 아쉽다. 귀 뒤의 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손목에 코를 대어 킁킁대야 느낄 수 있다니. 향수 뿌린 것을 나만 알 지경.


여하튼 킁킁거리느라 지루하지 않았던 집에 오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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