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채우지는 못했으나 부분 부분 남아있는 기록에 버리지는 못하고 해가 갈수록 책꽂이의 일부를 지난 다이어리들이 잠식해나가고 있다.
어김없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다짐을 하지만 어느새 올해의 반이 흘렀음에 화들짝 놀란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다이어리를 펴고 그 하루를 복기하여 정리하는 것은 내게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기력이 급격히 저하되며, 나의 밤시간은 해야 하는, 그리고 하고픈 이것저것으로 매우 바쁘다.
그림일기 쓰기, 어제의 그림일기 사진 찍기, 그리고 키보드를 토닥이며 여기에 토막글 쓰기, 책 읽기가 나의 밤시간에 해야 하는, 그리고 하고픈 일의 일부이다.
어떤 날은 다이어리를 펴고 좋았던 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있는 순간, 감사한 순간 등 그 즉시 적어보자 하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낸 하루에 밤이 저물어 다이어리를 펴보았더니 적은 것은 달랑 세 줄. 하루는 바빴고 감정의 틈새에 받아 적을 여유와 시간을 찾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내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허둥지둥 열심히 하루를 살아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바로 받아 적었던 순간, 마음이 한결 부풀어 올랐다.
나중에 기억을 더듬어 적는 것과는 또 다른 생생함이었다. 지금 당장의 좋은 마음을 더 크게 만들어 음미하는 느낌이랄까.
단 몇 줄이었음을 자책하지 않고 단 하나의 문장이라도 그 순간 적는 훈련을 해볼까 한다. 달리 말하면 하나의 문장을 적었다는 것은 하나의 감정을 음미했다는 이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