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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Jul 18. 2023

[수수한그림일기]100퍼센트의 만년필을 만나는 일이란.

2023.7.18

오늘 받은 따끈따끈한 만년필

만년필 유니버스에서는 만년필을 들이면 축하한다며 덕담을 해준다.

처음에는 그게 참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선물 받은 것도 아니고 내 돈 들여 산 것인데 축하받을 일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이것은 축하할 일이라는 것에 동조하게 되었다.


 이유는 만년필의 모델에 따라서, 사고 싶다고 해서 쉬이 만나기 어려울 때가 있으며, 원하는 모델이 있더라도 원하는 닙의 크기가 없을 때도 있다.

 원하는 모델과 닙의 만년필이 있다 하더라도 내가 납득할만한 가격이 아닐 수도 있다.

여차저차하여 내가 납득할만한 가격의 원하는 모델과 닙의 만년필을 만났다 하더라도 잉크를 넣고 시필을 하기까지 안심할 수 없다. 소위 뽑기 운이 따라야 하는데 같은 모델의 만년필이라도 필감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나에게 꼭 맞는 만년필을 만나는 일은 축하받아 마땅한 일인 것이다.(비록 내돈내산이라 할지라도.)


 나의 드림펜 중 하나는 일명 대파라고 불리는 펠리칸 m200 파스텔그린이었는데, 이 만년필을 보면 대파라는 별명이 얼마나 잘 지은 별명인지 알 수가 있다.(귀여운 만년필 유니버스 인간들 같으니.)

 안타깝게도 이 녀석은 단종이 되었는지 국내 만년필샵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일본 등 직구로 구매할 수 있긴 했지만 닙 뽑기 운이 심하게 따라 as를 보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기에 망설여왔다. 같은 모델의 다른 색상이라도 살 수 있었으나 흡족하게 마음에 들지 않아 꾹 참았다.


 그리고 최근 내 드림펜과 흡사한, 파스텔 그린에서 파스텔 블루가 된 이 녀석이 국내샵에 들어온 것이다. 만년필은 오늘이 가장 쌀수도(몇 년 전 펠리컨만년필 가격을 알면 눈물이..), 또 이 만년필이 언제까지 있을 것 같아?라는 자아 설득 과정을 통해 예약까지 하여 들이게 되었다.

 

이렇게 야금야금 구매하고 있는 만년필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내가 가진 만년필 중에 가장 고가의 녀석이 되겠다. 이는 내 주변 사람들이 알면 펜 한 자루에 그 가격을 주고 산다고? 하는 가격이지만 만년필 유니버스에서는 귀여운 수준이 고만하는 가격이다. (물론 나의 짝꿍은 이 가격을 미쳤다고도 귀엽다고도 하지 않는다. "나 만년필 살 거야. 좀 비싸."라는 말을 고요히 통보받을 뿐이다.)

 

구매의 자기 설득 과정을 장황하게 풀어내고 나니 정작 이 녀석에 대해 쓰지 않았는데.

예쁩니다. 예뻐. 이미 예쁜 걸로 다했는데 써보니 필감도 너무 좋아.

내가 사고 나서 또 품절되어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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