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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Jul 22. 2023

[수수한그림일기]글이 하는 일을 분명히 알게된 글.

2023.7.21

오랜 시간을 두어 꼭꼭 눌러 담은, 진짜 마음이 담긴 글이 주는 위로의 힘이 이런 것이로구나.

나는 이 글을 읽고 글이 사람에게 하는 일이란 이런 것이구나 분명히 느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현 작가님의 글과 달아주신 댓글을 보고 많이 울었다. 읽고 또 읽었다.
한 줄 한 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라서.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는 이야기. 정확한 이야기. 이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이 우리가 아닌 사람이어서. 이런 글은 정말 처음이어서 울고 울었다.

 늘어지게 긴 글을 적었다가 도로 지워 커서를 여기에 둔다. 할 말이 많지만 어디서부터 얼마만큼 해야 할까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글을 썼다가 지웠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인다.

글의 마지막 대목은 다음과 같다.

"뭐라도 해야, 뭐라도 하려고 마음을 먹어야 일어나 진다. 우리 모두, 뭐라도 하려고 마음이라도 먹어봅시다. 인류의 역사 어디에도 가만히 앉아서 얻어지는 평화는 없습니다."


_

마침 오늘 읽은 김연수 작가의 <너무나 많은 여름이>중 이 대목을 만났다.

"뭐라도 하고 싶었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실제로 그 아이들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머문 적이 있는 거잖아요. 그건 엄청난 관계성이에요. 어쩌면 그 아이들이 아니라 제가 죽을 수도 있었던 거잖아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었는데, 결국 그 아이들이 죽고 저는 살아있는 세상만이 현실이 됐어요. 그래서 저는 이 현실에 책임감을 느껴요."

"다르게 말하면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그리고 그 사실을 제가 알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저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영향을 받는 만큼 그 사건이나 죽은 아이들의 의미도 달라질 테고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책임감이에요. 그 사건에 기꺼이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겠다는 것."


 영향을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향을 주겠노라고 되뇐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어도 제재할 수 있는 방도가 없는데 어떻게 선량한 학생을 보호할 수 있을까.

타인에게 피해를 줄 때 행동을 막기 위해 "00야."라고 말하면 공개적으로 이름을 불렀다고 아동학대법에 저촉된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교실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아동학대법 테두리 안에서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어느 구성원과 학부모가 있느냐에 따라 운이 나쁘면 아동학대법에 걸리는 것이고 운이 좋으면 한 해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다. 난 운이 좋았을 뿐이고, 마음 아프게도 세상을 떠난 애기샘은 운이 나빴던 것이다.

 우리는 말하고 있다.

"당신이 나입니다."


  교사의 인권뿐 아니라 대다수의 학생의 배움을 보장하고 안전한 교실을 위해서 '시스템'이 필요하다. 교사의 사명감과 능력을 운운하기엔 현 시스템은 매스 없는 의사와 다를 바 없다.

 가르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보호받고 그제서야 배움이 일어난다.


_

마음에 바로 손을 뻗어 꼭 안아주는 글이 이런 것이로구나. 작가님이 제게 얼마나 큰 일을 해주셨는지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현 작가님의 귀한 글을 옮깁니다. 제 미천한 글보다 아래의 이현 작가님의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현 작가님 페이스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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