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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그림일기
[수수한그림일기]당신이 밟은 계단에서 편지를 씁니다.
2023.7.24
by
수수한
Jul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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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교실이 보이는 계단에 앉아 교실 벽을 바라보며 편지를 쓰다 말다를 반복했다.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하며 다가와 물었다.
"아는 분이세요?"
"편지를 길게 쓰시기에 아는 분인가 해서요."
나는 그를 더는 모른다 할 수 없어 한참을 답하지 못했다.
다녀오고 나니 안도 무섭고 밖도 무서웠겠다 싶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계단을 밟았을 텐데, 저 벽 안에 있었을 텐데 며칠만 빨리 와서 붙잡고 싶다.
너무 늦게서야 당신을 더듬고 있어 미안해요.
요즘 며칠째 1시간 버전으로 틀어두고 무한반복해서 듣고 있는 음악은 <이하이의 한숨>이다. 흘려듣기도 하고 가사를 꼭꼭 씹어 듣기도 하고 그렇다.
사망 2주 전에 작성된 고인의 일기장 일부가 공개되었다.
'숨이 막혔다'라는 대목 읽고 나서 이 노래를 들으며 또 한동안 펑펑 울었다. 계단에서 그를 붙드는 것이 너무나 큰 부질없는 바람이라면, 두 손 붙잡고 숨 한 번이라도 깊이 쉬게 해주고 싶다는 또 다른 불질없지만 작은 바람을 가지며.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
깊이 숨을 쉬어봐요
.
그대로 내뱉어요
.
누군가의 한숨
.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이하이 '한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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