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대한 책을 최근에 읽었다. 애장 하는 물건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그것을 풀어내는 설명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사람에 따라 단 한 가지의 물건을 소중하게 여겨 소개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 품목을 수집하고 소개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내 곁에 수집병을 가졌던 사람들을 보았을 때 귀여운 느낌이 들곤 했다. 학창 시절 문구류나 스티커를 모았던 친구라든지, 노란색을 좋아해 이왕이면 노란색 물건으로 구입하여 온통 노란빛이 가득한 친구가 떠오른다.
요즘 ‘수집’하면 생각나는 것 중의 하나가 포켓몬 뿌띠뿌띠씰이 아닐까?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니 지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빵 스티커가 떠오른다. 사실 씰을 모으기 위해 웃돈 주고 빵을 사는 지금처럼 목숨 걸고 모은 것은 아니고, 한참 공부할 때이니 간식이 필요했는데 나는 포켓몬빵의 맛을 좋아했다. 두어 가지 빵을 특히 좋아해서 돌려먹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벗겨먹는 고오스’였고 다른 하나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데 가운데에 옥수수와 마요네즈가 놓인 빵이었다. 지금 포켓몬빵도 이 맛이 나오려나? 정작 유행인 지금은 포켓몬 빵을 사본 일도, 살 생각조차 하지 않아서 무슨 맛이 나오고 있는 줄도 모르겠다. 여하튼 빵 봉투 안에 지금은 뿌띠뿌띠씰이라고 일컫는 스티커를 학습지를 모아두는 플라스틱 서류 케이스 앞에 붙이곤 했는데, 하나 둘 모이다 보니 제법 그 양이 많아져서 우리 반 친구들은 빵을 먹고 나오는 스티커를 으레 내 케이스 앞에 붙여주곤 했다. 그녀들이 함께 붙여간 케이스 앞 뒷면은 어느새 스티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특히 많이 나온 것은 머리가 두 개 있는 타조같이 생긴 갈색 생물체였는데, 빵 봉지를 열고 이 머리 두 개의 새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또 얘냐며. 그러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머리 세 개인 녀석이 나왔는데 친구들과 박수를 치며 머리 하나와 머리 둘인 여러 마리, 그리고 머리 세 개인 녀석들을 나란히 두고 재미있어하고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이 내 고 2인가 고 3 때의 추억이다. 그 뒤 내가 이 서류 케이스를 어떻게 했더라. 언제 어디에 버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오래되고, 손때 묻고, 값비싸지 않더라도 사연이 있는 물건들과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감동적이었다. 그냥 물건이 아니라 철학이 담겨 있고 왜 물건이 곧 이야기인지 납득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으로 이 책의 여러 챕터를 보다가 1000개가 훌쩍 넘는 소장품 앞에서 사진을 찍은 장면에 머물렀을 때 멀미가 나는 느낌이 들고 솔직히 말해 좀 탐욕적이고 징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순간적으로 나에게 느껴진 감정이 그랬다는 것이다.
호롱불과 방석이 전부였던 법정스님의 방은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소유가 그 사람의 풍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 많은 소장품에 멀미가 나고 징그러운 느낌을 가졌던 나는 정작 수집욕에서 자유로운가 묻게 된다. 우선 바로 생각나는 것은 털실, 만년필, 식물이 있구나. 천 개의 품목까지 다다르지 않았다고 해서 덜 징그러울 수 있는 일인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상투적인 비유가 여기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느끼니 헛웃음이 나온다. 나는 식물을 진정 사랑하고 털실은 언젠가 뜨개를 하고 선물로도 줄 거야. 만년필은 필감도 다르고 여러 색의 잉크를 넣어 쓰게 되고, 무엇보다 요즘 구입해놓은 모든 자루들은 돌려가며 너무나 알차게 ‘실’사용하고 있는 걸? 하고 합리화를 해본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실'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혹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여기서 내가 취해야 할 위치는 둘 중 하나이다. 그들의 수집을 순수한 사랑으로 여기든지, 나도 징그러운 사람임을 인정하든지. 단 나도 징그러운 사람이 되면 더 이상 식물과 털실과 만년필의 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 이미 그 수가 충분하므로.
이쯤 해서 정리해보자. 오늘 아침에 오로라 만년필을 가지는 상상을 하며 가격을 검색했던 나. 기억하는가?
‘뜨개인이라면 차가워지는 계절에 이런 컵에 따뜻한 커피 담아 마시며 뜨개 해주어야지’라고 생각하며 뜨개 하는 귀여운 토끼가 붙여진 머그컵을 구매해 내 옆에 두고 뿌듯한 마음으로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없어지는구나.
그래. 그도 나도 징그럽지 않고, 대상에 대해 두근거리는 귀여운 마음을 가진 사람인 걸로.
크헉..토끼까진 참지만 실로 무언가를 짜고 있잖아. 치명적이다.
오늘 아침 엄지로 토끼 머리를 쓰다듬쓰다듬하며 하루를 연다. 행복해져라.행복해져라.행복해져라(bgm 커피소년의 행복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