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한그림일기]공책을 대하는 방식
2022.09.03
어제 오후 공원
내가 종이와 펜을 꺼내니
꼬마들도 제 몫의 종이와 펜을 꺼낸다.
작은 꼬마가 묻는다.
+엄마, 엄마는 망치면 뜯어?
-아니.
+(몇 초 정적 후. 내가 말하기 전에 금세)
아. 발전하는 걸 볼 수 있으니까~~
-응. 그리고 그다음 장은 마음 놓고 그릴 수 있어. 이미 엄청 못 그린 앞장이 있으니까. 그것보다 잘 그리긴 쉽거든.
그리고 내 공책인데 뭐 어때.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드르륵 작은 꼬마가 종이 뜯는 소리가 곧 들린다.
(하긴 내 공책은 실제본이고 네 공책은 스프링 공책이니. 난 뜯을 생각을 안 하지.)
그렇지만 뜯는 것도 네 마음이지.
네 공책이니까. 그것이 다음 장을 그리는 네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면.
그림 그린 뒤 책을 읽다가 그 책을 덮고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그사이 두 꼬마가 그리고 색칠하며 꽤나 마음에 들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