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내며 살아간 지가 어느덧 8년. 방학 때는 집에서 살았으니 대학교 기숙사 2년을 제외하면 온전히 혼자 지낸 것은 6년. 이제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나의 모습보다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훨씬 편하고 익숙하다. 늦잠을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끼니때 놓쳐서 식사를 조금 걸러서 해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인지 가끔 가는 집에서 가족들의 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날 매우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이 또한 감사하다고 느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KTX를 타고 내려가는 길에 해야 할 일 몇 가지와 다짐을 몇 가지 써본다.
할 일 1. 가족과 보내는 날 하루 온전히 즐기기 2. 사촌들이랑 수다 떨고 술 마시기 3. 예수리 만나기 - 그녀는 현재 공부하고 있으니까 취향을 고려해서 미리 저녁 식사 장소 검색해 놓기
4. 인화해가는 사진! 엄빠 몰래 냉장고에 붙여두기
5. 엄마아빠 휴지 깔아서 용돈 드리기 -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영상 찍어두자
다짐 1. 아빠, 엄마에게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기 - 군생활 어떻게 할 거고, 하고 있고,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이야기하자. 2. 아빠의 지속된 잔소리에 욱하는 감정이 올라올 때! "사랑해서 해주는 말이야!!"라고 마음속으로 한 번 외치고 내 감정 조절하기 - 가족 톡방에서도 느껴지는 지속적인 잔소리에 화가 나는 나 ㅎㅎ 이니까 이건 정말 필요해! 3. 여동생에게 고마운 마음, 꼭 표현하기 - 태우러 와줘서 고맙고 집에서 엄마아빠랑 같이 살면서 남매와 가교 역할을 잘해줘서 고맙고 언니가 더 도와줄 것이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기! 4. 눈에 넣으면 엄청 아플 것 같은 21살 동생에게 내 감정과 선택을 강요하지 않기 - 이제 군대 가서 스스로 결정하고 생각해야 할 나이다. 그를 존중해 주자. 5. 피곤하다고 드러누워있지 않기 - 나랑 놀고 싶다고 뭐 할지 계획까지 세운 내 동생! 잠은 숙소 가서 자자. 6. 집에서의 규칙을 꼭 지키자 - 들어갈 때 신발을 신발장에 잘 넣기, 샤워하고 샤워장 깨끗하게 하고 나오기 7. 돈은 50만원 쓰고 오기 - 이래라고 명절휴가비 받는 거다. 안 쓰면 용돈 주고 오기!
이번 명절에는 감사하게도 휴가를 받아 집에 내려간다. 군생활을 하면서 명절에 집에 가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명절에도 나라를 지켜야하니 부서, 부대별로 출타율* 이라는 것이 있어서 갈 수 없었고 직책상 중대장 또는 소대장을 했기 때문에 명절에도 부대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은 여러 가지 여건이 잘 맞아서 감사하게도 이 귀한 시간에 엄마가 힘들게 잡아주신 KTX를 타고 편하게 집에 내려간다. 그러니까.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어도 조금만 참고 감정 조절 잘해서 행복한 추억과 시간만 만들고 오자!!
*출타율 : 군인이기 때문에 전시상황이 될 경우에는 현재 인원으로 바로 투입 될 수 있게 정해놓은 전체 인원 중에서 출타 할 수 있는 인원을 정해놓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