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난 가평의 여군 중대장

by 여군 군번줄

가평에 물난리가 났다. 항상 지나다니는 출퇴근길이 뉴스에 나오고 가평 조종면이 유튜브에 계속 나왔다. 태풍의 눈인 것 마냥 조용했던 우리집에도 전화가 왔다. 7월 20일 일요일 아침, 한참 꿈나라였던 나는, 과장님의 전화를 받고는 상황을 전달받고 다친 곳 없이 무사하다고 답변을 드린뒤 전화를 끊었다.

이제 20명정도 되는 우리 중대원들의 이상유무를 파악하기 위해서 비상연락망에 따라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대장부터, 전화를 안받는 것이 아닌가? 아직 안일어났을 수 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고는 수차례 전화를 걸고나서 안받는게 아니라 못받는 것일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직계통으로 확인해보니, 대대 근처 지역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바람에 전봇대가 무너지고 통신선로가 끊어지는 바람에 통화가 안되는 것이라고 했다. 소대장을 건너뛰고 그 다음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또 안받았다. 아니 못받았다. 또 당연한 것이, 중대 간부들은 대부분 대대에서 지원하는 숙소에 모여 살기 때문에, 거기가 끊겨버렸으니 당연할 노릇이었다.


당직사령이 보내주는 상황 전파 사진을 통해서 끊겨버린 도로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주택 모습을 보면서 나는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었다.

* 비상연락망 : 효율적인 상황전파를 위해서 지휘체계에 따라서 전화를 걸면, 분대장 간부 까지 연락을 할 수 있는 군에서의 시스템이다.

전화는 세, 네 명을 건너뛰니 겨우, 살아있다고 답장하는 간부를 한 둘 찾을 수 있었다. 가평 외부 지역에 사는 간부들은 안전했고, 다행히도 연인들을 만나러 다른 지역에 간 간부들을 제외하니 연락이 안되는 간부들이 3~4명정도로 추려졌다. 다만 그 분들마저도 숙소에서 나 오는 길이 끊겼다거나 집 문 앞으로 토사가 밀려들어와서 문 조차 열수 없어서 1층 베란다 로 열고나와서 연락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급하게 출근을 하려는데.. 출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네이버 지도를 켜보니, 붕괴된 교량으로 인해서 한참을 돌아가야하는 길 밖에 안내가 되지 않았다. 돌아가다보니 참혹한 현장을 지켜보면서 갈 수 밖에 없었다. 전봇대가 넘어진 것은 다반사 였고, 분명 내가 출근하면서 다니던 길이었는데 도로가 사라져있고, 종종 저녁도시락을 사러가던 CU 였는데, 강변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수많은 산림청 및 다수 기관들의 구조기가 떠다니고 있었고, 집중 호우 로 인해 고립된 주민들에게는 헬기를 통해서 구호물품을 긴급 전달하기 위해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경기도의 모든 경찰 기동대 인원들이 가평으로 다 투입된 듯하게 도로를 통제하기위해서 서있는 경찰관분들이 계셨고 나는 그분들의 안내를 받으며 안전하게 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겨우 부대에 도착해서 당직근무자와 연계하여 여러 통신사를 통해서 연락을 하니 겨우 연락이 닿았다.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숙소에 토사가 밀려들어오고 차량이 진흙에 파묻히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많았다.


간부들은 전기, 상수도 등 공급이 되지 않는 숙 소에 잘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부대 생활관으로 들어왔다. 부대 내에도 각종 피해를 확인 하고 이번주 부대 운영에 대해서 정리 한 후 퇴근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담한 현장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평 군수님께서는 재난지역 선포에 대한 건의를 하셨다는 기사를 봤고, 군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 속에서 '대민지원'에 대해서 검색해보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일상을 되찾을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면 (상급부대의 승인하에) 우리 병력들이 안전한 범위내에서 이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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