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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Jul 15. 2019

제대로 쉬지 못하는 당신에게

당신이 쉬지 못하는 3가지 이유

  백수가 되기 전에는 일만 그만두면 내 일상이 온통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가득 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특히 창업과 동시에 단절되었던 내 취미생활에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을 다짐하며 내 시간을 내가 아닌 곳에 뺏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현실은 많이 다르다.... 과거처럼 기획서를 쓰거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일이 없는데도 하루가 지나 무엇인가 하려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몸이 피곤하다.(젠장...) 처음엔 그동안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체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신상일 땐 빠르게 충전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쓰다 보면 충전도 오래 걸리고, 금방 떨어져 버리는 휴대폰 배터리처럼 말이다. 역시 이래서 '공부도 취미도 체력이 좋아야 한다고 말하는구나...' 라며 그간 운동에 게을렀던 나를 먼저 자책했다.


그러다... 우연히 6월과 7월의 스케줄을 보고 나서 경악하고야 말았다!!!



도대체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왜 일정이 있는거지?


  으악!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나는 왜 백수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일주일 중 하루를 온전히 쉬어본 날이 없는 거지? 분명 연말까지 정리해야 하는 사업들이 남았다고 해도 중간중간 의미모를 회의와 약속들이 스케쥴러에 매복해있었다. 매일 하나씩이라도 있는 일정 때문인지 하루라도 몸의 긴장을 풀어본 일이 없었다.

  과거 사업을 했을 때는 일감이 떨어졌을 때의 불안감 때문인지 '떠난 고객은 다시 찾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맹신했다. 손에서 일을 놓아버리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고 이 모험을 하는 날은 거의 없었다. 내가 쉴 수 있는 날은 시기적으로 일이 없을 때 그리고 몸이 축나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할 수 없을 때였다. 즉 외부적 환경에 의해 휴식을 당한 적은 있어도. 스스로의 휴일을 만들어본 경험은 없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런 관성이 백수가 된 지금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쉬어본 경험이 없어서 잘 쉬지 못한다고 판단했던 나는 내가 쉬지 못하는 이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① 따로 쉬는 날을 못 정한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특히나 스타트업의 대표들은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항상 온몸에 긴장을 품고 누군가의 부름을 기다리는 5분 대기조가 된다. 일이 없어서 배 곪는 것보다 일이 많아서 과로사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따로 쉬는 날을 정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훗날 정말 과로해서 건강이 무너지고 나서야 휴식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체 휴가로 외양간을 고치지만 이미 소는 빠이빠이 한 뒤이다.




② 내 시간의 할애를 당연하게 여긴다.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은 솔직히 스스로와 타인 절반씩 있다. 스스로를 값싼 인물로 만들면, 타인도 나를 쉬운 인물로 생각한다. 내 삶은 놓아둔 채 사회와 타인의 약속에 내 시간 내어주기 시작하면 본인의 시간은 잘 흘러가겠지만 무엇하나 이룬 것 없는 하루가 대부분이다. 그런 하루들이 모여 몇 년 흐르고 나면 허탈함이 밀려온다. 타인의 삶에 맞춰주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다. 정작 돈이라도 벌 타이밍이 찾아와도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생각하고 다른 이에게 할애하고 있는 내 시간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③ 스케쥴러의 비어있는 날을 메꾸려고 한다.

  내가 이 글을 쓴 계기이자 6월에 쓴맛을 맛보고 다짐까지 했지만 7월에도 실패한 일이다. 특히나 누군가 나와 전화로 약속잡기를 희망할 때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스케쥴러를 확인하고 비어있는 날짜들을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이 날 시간 괜찮은데요?"라는 말과 함께 하얗기 비워져 있는 빈칸을 또 하나의 스케줄로 채워버린다. 이런 습관은 두 가지의 최악을 낳게 되는데 첫 번째는 잡지 않아도 될 약속을 시간이 괜찮아서 만나도 되겠다고 하는 오판을 하게 되거나 두 번째는 하루에 약속을 몰아넣고 다음날은 충분히 쉬어도 될 일들을 하루에 하나씩은 일정을 배치함으로써 일정의 전략적 배치에 실패하는 것이다.



  내 2019년 7월은 이미 망했다. 하지만 과거의 미련함을 알고 8월을 맞이하는 것과 계속 미련한 채로 8월을 맞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과거의 습관이 아직 내 언어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혹시 이날 시간 괜찮아요?"라는 말이 상대방에게서 나오면 상대가 나를 만나려고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살피기 이전에 "잠시만요..."하고 내 일정을 먼저 확인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젠장)

  완벽한 백수생활을 위해서라면 내 생각과 언어와 몸을 지배하는 속세의 때가 조금은 더 빠져야 할 텐데... 백수가 되었는데도 출근했던 시간에 눈이 떠지는 걸 보면 괜히 억울하다. 어서 순수한 백수가 되고 싶다.



#만렙백수 윤준혁




백수를 공부합니다.

https://brunch.co.kr/@herman-heo-se/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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