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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Jun 29. 2019

나를 너무 귀찮게 하는 '근황 콜렉터'

#백수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본업이백수입니다만 #백수생활 #근황콜렉터


  백수생활을 하다 보니 과거와 비교해봤을 때 같은 상황에 대한 관찰력이 높아진다. 그중 백수 선언과 함께 잦은 활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 내가 속칭 ‘근황 콜렉터’라고 부르는 타인의 근황을 모으고 다니는 사람인데 이 ‘근황 콜렉터’는 다시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비슷한 관계망 안에 타인의 근황을 수집하여 소식의 허브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이다. 이 부분은 선천적인 성격에 많이 기인하는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반드시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주로 급작스런 번개모임을 가지려고 할 때 직접 전화하기 불편한 사람을 불러내야 할 경우 전화기가 자주 건네지는 사람이 바로 허브형 근황 콜렉터이다. 딱히 피해 주는 것도 없고, 전화를 주고받는 것이 어색하지 않으며, 정확히 소식만 파악할 목적으로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허브형 '근황 콜렉터'의 연락은 반가운 경우도 종종 있다.


  두 번째는 본인의 삶이 더 나음을 증명하기 위해 근황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사실 이 사람이 전화할 먹잇감을 선택했을 때는 이미 지인이나 SNS를 통해서 이미 나의 근황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주로 희소식보다는 비보일 때 ‘근황 콜렉터’의 타깃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다. 통화가 시작되면 전혀! 너에 대한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내 근황을 열심히 수집한다. 하지만 이 전화의 목적은 결국 더 나은 자기의 근황을 말하기 위함이다. ‘나는 이번에 좋은 곳에 겨우 취업을 했어.’, ‘운이 좋게도 아버지 사업이 대박 났지 뭐야’ 등의 말을 하는데 ‘겨우’, ‘운이 좋게도’와 같은 표현으로 본인의 겸손을 통화에 조금 묻히려고 노력한다. 그러고 나서 내 통화의 내용 중 불행해 보이는 나의 소식을 추려낸 후 열심히 타인에게 퍼다 나른다. (나도 타인의 불행한 소식을 전해 들으며 콜렉터의 통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바로 요 사진입니다.



  최근 이 두 번째 부류의 ‘근황 콜렉터’ A가 내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전화를 했다. 받기 귀찮았지만 딱히 안 받을 이유도 없어서 전화를 받았더니 역시나 뻔한 목적의 전화였다... 그러던 중 A가 질문했다.

    

“근데~ 너 카톡 프로필 사진 어디야? 어디 놀러 갔어?”

  

  내 맘 편한 대로 곡해하자면 이 질문의 의미는 '야 너 백수인데... 설마 지금 좋은데 놀러 간 거야? 어디야 거기가? 어떻게 그렇게 놀러 갈 수 있어' 정도가 아닐까? 갑자기 누군진 모르지만 말도 안 되는 질문엔 말도 안 되는 대답으로 응수하라는 교훈이 생각났다.

     

“아~ 양쯔강이야” 

    

  동네에 있는 하천도 아니고, 국내에서 가볼만한 강도 아니고, 유명하지만 왠지 생소한 ‘양쯔강’이라는 말에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충격을 먹었는지 “아... 그렇구나”하고 대답을 흐리며 우리의 통화는 곧 종료될 수 있었다. 백수가 되더니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적절한 방법을 선택 및 활용하는 속도가 더 빨라진 느낌이다. 내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도 허락할 수 없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또 그러면 안되지 하고 후회하며 마음의 연고를 바르고 있는 나인데. 백수가 된 이상 단 1의 스트레스도 나에게 허락할 수 없다.


아... 참고로 내 프로필 사진의 강은

내가 살고 있는 화순 둔동리 숲정이 마을의 그냥 동네 강이다...


화순동복연둔리 숲정이마을 입니다!!



백수를 공부합니다.

#만렙백수윤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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