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l 09. 2019

독립 3 총사 빨래, 청소, 요리

독립의 기술

어머니는 내게 공부하라는 이야기보다 다른 이야기를 더 많이 하셨다.

아직 미혼이었던 나에게 부부의 잠자리에 대해서 말하실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하셨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는 것은 3가지였다.

“아들아 네가 제대로 독립하려면 3가지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건 빨래, 청소, 요리였다.

그 당시 입주 도우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우리 집이 부유한 것도 아니기에 어머니는 모든 것을 가르치셨다.

빨래를 널고 개는 법

깨끗하게 청소하는 법

그리고 혼자서 요리를 할 수 있는 법

사실 특별히 정해서 가르치셨다기보다는 어머니와 함께 했다.

집안일을 할 때 어머니 옆에 서 있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빨래를 개면 따라 개는 것이고

청소를 하면 집안 정리라도 해야 했다.

특히나 요리가 압권이었다.

어머니가 요리를 하며 설탕 꺼내라, 간장 꺼내라 이건 맛이 덜 들었다 심심하니 조미료를 더 넣어야겠다 등 옆에서 눈치로 하나 둘 배워나갔다.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부터 배웠던 집안일은 대학을 졸업하고 혼자 살면서 실력을 발휘했다.

다른 친구들의 집은 매트 밑에 먼지가 뭉텅이처럼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때 나는 욕실을 칫솔로 닦을 만큼 청결에 신경 쓰며 부엌에 설거지 거리 하나 없이 관리했었다.

다만 홀아비 냄새는 끝끝내 정복하지 못했다.

아무리 방향제를 뿌리고 환기를 시켜도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아저씨 냄새는 지우지 못했다.


이제 어느덧 아들이 중학생이 되어 간다.

나도 부모님에게 배웠듯 아들에게 하나둘씩 가르치기 시작했다.

제일 간단한 빨래부터 시작했다.

’ 빨래는 이렇게 털어서 너는 거야’라고 말해주었지만 아직은 그냥 분류대로 빨랫줄에 올리는 것에 만족한다.

청소를 하라고 하면 자꾸 책장부터 정리하는데 군대도 갔다 오지 않은 녀석이 자꾸 책의 연번을 1번부터 끝번까지 일련번호 순서대로 줄 세운다.


부디 아들도 이 집을 나가기 전에 독립의 기술을 연마하고 나가길 바란다. 그래야 다른 집 귀한 딸을 고생시키지 않을 테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설렘 반 무게감 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