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한 착각
작은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갔다
개가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강아지가
감정적인 친근감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어릴 적
개에 물릴뻔한 기억 때문에
개는 피해야 하는 동물로 인식되었다.
둘째도 나를 닮아 그런지
애완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개가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축구 공보다
조금 더 큰 강아지였다.
둘째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개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까이 오면 어쩌나 했다
역시나 그 개는 나와 딸아이가
놀고 있는 곳으로 왔고
딸은 개가 가까이 오자 피했다
그래도 자꾸 따라오자
말릴 틈도 없이 저 멀리로 뛰어갔다
강아지 주인은 초등학교 4학년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우리 아이가 뛰자
강아지도 뒤따라 뛰었고
주인 아이로 보이는
그 아이 역시 뒤를 이었다
내 생각에 겁에 질려 뛰는 듯하여
얼른 둘째를 불렀다
역시나
둘째가 돌아서 나를 보는 표정을 보니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뒤따라 오는 아이는
뛰는 게 재미있었는지
웃으면서 뛰어왔다
강아지를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주인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우리 아이는 개를 무서워하니
뒤따라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주의시켰다
물론 우리 아이에게도
강아지가 있을 땐 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강아지는 자기와 놀고 싶은 것으로
착각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와 함께 말이다.
그 아이 입장에선
강아지랑 같이 놀자고 하는 줄 알고
그냥 놔두었던 것 같다
본인이 좋아하니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고 짐작했겠지만
다른 사람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엔 그 아이가 아직 어렸다
내가 좋으니 남들도 좋을 거라는 생각
어쩌면 나도 모르게 타인에
자신만의 감정을 강요하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었다.
내가 좋다는 것이
꼭 남들도 좋다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