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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an 27. 2021

비 온 후 땅이 내는 냄새

후각이 기억을 부르다

  비가 오고 난 뒤 땅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이상하게 내게는 냄새라고 하면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냄새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이란다. 구수한 냄새, 반찬 냄새와 같이 긍정과 부정을 가리지 않고 쓰이는데 이상하게 내게는 부정적인 경우에 주로 냄새를 쓰고 긍정적인 경우에는 향기나 향을 쓰게 된다.

  그런데 땅을 통해 맡는 기운만은 유달리 향이라는 단어는 부적절해 보인다. 땅에는 흙냄새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느낌이다.


  땅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특히나 많이 나는 시점은 아주 이른 새벽이거나 늦은 저녁이었다.

  이른 새벽에서 땅이 주는 기운은 산뜻함과 신선함이 가득하다. 반면 늦은 저녁 퇴근길에 올라오는 땅의 기운은 나를 감싸주는 안전감을 느끼게 한다. 땅이 살짝 습기를 머금고 뿜어내는 땅의 향취에서 알 수 없는 마음의 안정이 느껴졌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초등학교 1학년 시절 학교를 등교하며 맡았던 흙냄새가 기억이 났다. 30년이 지났음에도 흙냄새 하나로 순식간에 과거의 기억을 불러왔다. 반가웠던 친구들, 새들의 지저귐, 신선한 바람, 시냇물의 촐랑거리는 소리들. 평화로움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기에 그 시절이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일까?

흙이 내는 냄새를 맡으며 잠시 잊고 있었던 평화로운 어린 시절 속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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