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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30. 2020

내 인생의 화두

책을 읽는다고 인생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다.

43권째 읽는 중(완독 34권, 진행중 9권)

  올해 들어 6개월 동안 43권의 책을 열어서 9,539페이지를 읽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읽은 책이 50권 남짓에 1만 4천 쪽이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외부활동을 줄인 이유에서인지 더 많이 읽게 되었다. 그런데 분명 책을 읽으면 무언가 인생이 바뀌어야 하는데 올해 들어 나의 삶이 크게 바뀐 느낌은 들지 않는다. 특별히 지식을 더 흡수한 것도 아니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나아진 것도 아니다. 늘 다니던 직장을 다니고, 작년 이맘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다.

https://brunch.co.kr/@hermite236/1207 

  아마도 간절함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책에서 무언가 얻어야 한다는 그런 절실함이 없었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밑줄을 긋고 다시 보았지만 필사를 해 가며 내 핏줄 속에 책의 핵심 내용을 넣으려는 노력까지는 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성공과 부자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읽는다 한들 실행하지 않으면 그건 그저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나마 책 속에서 내 인생의 화두 몇 가지를 건졌음에 만족하며 상반기 독서를 정리해본다.


[왜 하니? 왜 사니?]

  [Start with why] 사이번 사이넥의 골든 서클을 읽으며 내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무엇일까를 떠올렸다. 이 책은 기업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그 속에서 나의 삶에 대한 생각을 더 해보게 되었다.

  특히나 헨리 포드의 말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든, 당신의 말은 옳다."

  무작정 '열심히'에는 그 한계가 분명 있다. 자신의 삶을 절절히 이끌어내는 이유를 찾지 않으면 열정적인 삶은 불가능하다.


[머리는 그만 때려라]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톰 오브라이언 박사의 뇌에 관한 조언. 자사 사이트 홍보 같은 내용이 자주 등장해 광고인가? 지식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망가져가는 뇌를 살리기 위해 그가 해준 조언은 새겨들을만하다

글루텐, 우유, 설탕을 피하라.

마음을 위해 명상을 하자.

스마트폰은 몸에서 1cm 이상 떨어뜨리자.

운동은 뇌에 좋은 영향을 준다.

  여러 가지 조언들이 나오지만 그중에서 글루텐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래서 점심 메뉴를 고를 때에도 가급적 글루텐이 적은 메뉴로 고르려고 노력 중이다.


[환경을 바꾸지 말고 너를 바꿔라]

  최근에 에픽테토스의 스토아 철학을 공부 중이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에픽테토스의 [엥케이리디온]과 [대화록]을 읽는 중이다. 대화록은 한글 번역본이 없어서 영어 번역본 [Discoures and Selected Writings]를 읽고 있는데 사실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명상록]을 읽으며 중심 되는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남았다. [엥케이리디온] 제1장에 나오는 내게 주어진 환경 중에서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감히 용기를 가지고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인생의 행복을 이끄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 두 가지만 구별할 수 있다면 분명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행복을 찾아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박사의 책에서 나온 내용 중 일부다.

p. 221

  행복은 얻으려고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의 결과로써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행복해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그 이유를 찾으면 인간은 저절로 행복해진다. 알다시피 인간은 행복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내재해 있는 잠재적인 의미를 실현시킴으로써 행복할 이유를 찾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p.228

  영화는 수천 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장면에 다 뜻이 있고 의미가 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는 마지막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부분, 개별적인 장면들을 보지 않고서는 영화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

  삶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 삶의 최종적인 의미 역시 임종의 순간에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 최종적인 의미는 각각의 개별적인 상황이 갖고 있는 잠재적인 의미가 각 개인의 지식과 믿음에 최선의 상태로 실현되었는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p.230

  사람이 삶의 의미에 도달하는 데에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일을 하거나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통해서다. 두 번째는 어떤 것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을 통해서다. 세 번째는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운명에 처한,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무력한 희생양인 그 자신을 뛰어넘고 그 자신을 초월함에 있다. 인간은 개인적인 비극을 승리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수용소의 사례도 많았지만 책 말미에 한 사람의 사례가 나온다. 17살에 다이빙을 하다가 사고로 목 이하 부분이 마비가 되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입밖에 없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장애가 시련을 주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자신이 성숙했음을 말한다.

 p.232

  "저는 제 삶이 의미와 목표가 충만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운명의 날에 대한 나의 태도가 삶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신조가 되었습니다. 나는 내 목을 부러뜨렸지만, 내 목이 나를 무너뜨리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대학에서 처음으로 심리학 과목을 듣고 있습니다. 나는 내 장애가 다른 사람들을 돕는 내 능력을 더욱 향상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시련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 도달한 인간적인 성숙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잠수복과 나비]에는 더 힘든 상황이 나온다. 도미니크 보비라는 저자가 활용 가능한 것은 오직 눈꺼풀 하나였다. 질병으로 인해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눈꺼풀이었다. 그 눈꺼풀을 20만 번을 깜빡여 책을 써낸 것이다.

  일부러 시련을 겪을 필요는 없다. 그 시련이 주는 상황도 변화시킬 수 없다. 다만 그 시련을 바라보는 자신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 뿐이다. 시련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곧 행복의 시작이라는 생각은 스토아 철학과 약간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삶과 일에 원칙을 세우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레이 달리오의 [원칙]은 투자에 관한 책이었다. 하지만 투자에 대한 부분보다는 그가 추구하고 지키려 했던 원칙이 더 마음에 남았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 인정한 부분이 그를 더 뛰어난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과연 나는 삶을 살아감에 있어 무슨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에게는 기계라는 모습과 설계자라는 모습 두 가지가 함께 있다. 설계자라는 모습을 고민하지 않으면 늘 지금까지 이뤄졌던 그대로 계속 움직이게 된다. 설계자라는 메타인지를 통해 기계의 오류를 끊임없이 개선해줘야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돈을 얻으려 하지 말고 있다고 생각하자. 돈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고가 문제다]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를 읽으며 돈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돈을 다스리고 사용할 줄 모르는 이에게 갑자기 주어진 부는 행복이 아니라가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었다.

  p.314  

  루스의 마술은 돈이 있든 없든 나로 살아가는 일은 괜찮다는 사실을, 그리고 현실에서 우리 인간은 누구도 통제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나는 그동안 불가능한 희망을 뒤쫓아 왔었다. 그런데 그것을 다 내려놓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 나에게 왔다. 그 선물은 바로 삶에 대한 확실함, 삶의 목적 그리고 삶에서의 자유다.

p.316

  그 사람의 출신, 직업 혹은 재산으로 사람들을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 더불어 나 자신도 이런 기준으로 규정하지 말라는 사실도 배웠다. 한때 내가 처한 환경의 속성 때문에 나한테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내가 돈이 없으면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 출생환경에 대해서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으며 그런 것으로 규정되는 일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소중함과 가치를 지닌 존재며 위엄 있고 정중하게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 모든 사람을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이야기 안에서는 아프고 슬픈 장면이 존재한다. 어떤 순간이건 우리 앞에 있는 사람들을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상반기에 이어 앞으로 남은 하반기 작년의 독서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 어떻게 하면 더 잘 달성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당근과 채찍 중에 무엇을 고를 것인가?]

  사람에 따라 자신에게 무언가를 주는 혜택이라는 동기가 자신을 잘 움직이게 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이 하지 않았을 때 억지로 떠미는 채찍이 있을 때 목표를 더 잘 달성하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나에게는 당근보다는 채찍이 더 강한 것 같다. 올해 15천 쪽을 넘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10만 원씩 용돈을 주는 벌칙(?)을 생각하는 중이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읽게 되지 않을까?


[인정의 욕구를 이용하자]

  인간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도 타인의 사소한 칭찬에도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타인에게 목표를 공표하는 것이다. "올 연말까지 15천 쪽을 읽을 예정이에요." 이렇게 자꾸 이야기하다 보면 연말에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서라도 목표를 달성하게 되지 않을까?


[달성 가능하고 가시적인 목표를 하나 정한다]

  책의 권수로 목표를 잡으려 했으나 책의 쪽수가 책마다 다르다. 어떤 책은 700페이지에 달하는데 200페이지 책의 3.5권 분량이다. 그러니 객관적인 쪽수를 기준으로 잡자.

  그리고 작년에도 15천 쪽을 읽었으니 올해도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반기에 바쁜 일이 많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목표를 작게 나눈다. 아주 사소하게]

  앞으로 남은 6개월 대략 한 달에 1천 쪽 정도 읽으면 된다. 그러면 하루에 30쪽이 나오는데. 막상 하루 30쪽을 목표로 잡으면 너무 부담스럽다. 그러니 딱 하루에 한쪽만 읽자. 그러다가 책이 잘 읽히면 하루에 100쪽도 읽게 될 테니. 꾸준히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환경설정의 힘을 이용한다.]

  인간의 의지란 참 나약하다. 그래서 환경설정의 힘을 이용할 생각이다. 일단 스마트폰 알람을 맞춘다. "1쪽만 읽자"이렇게 메시지 알람을 하루 2번 설정한다. 그럼 최소한 그 시간에는 책을 보게 되지 않을까?

  집에도 사무실에도 책 한 권을 꼭 펴놓는다. 심심하면 잠깐 한 줄이라도 보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보는 한 줄이 두줄이 되고 한 페이지가 된다. 책을 처음 펴야 하는 의지력을 아껴보자.

 


  물리학의 퀀텀 점프라는 용어가 생각이 났다. 어떤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접어들 때 순차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순간 갑자기 이동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예를 들어 액체인 물이 기체가 되는 순간이 있다. 100도의 임계점을 넘는 순간 물의 상태가 변화한다. 하지만 0도의 물도 90도의 물도 액체다. 분명 90도의 물이 에너지를 더 많이 가지고 있을 테지만 아직 기체로 변화되지는 않았다. 나머지 10도의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독서하는 뇌로 뇌를 개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100도 중에 30도쯤 올라온 느낌이다. 몇 만 쪽 정도 더 읽으면 사유하는 뇌로 변화할 수 있겠지? 몇 년 뒤의 나를 떠올리며 오늘도 한쪽의 독서를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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