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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an 08. 2021

누적의 힘

작심삼일에서 벗어나기

  한참 동안 손을 놓았던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었다. 처음에는 의욕적인 생각으로 매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욕은 무뎌졌다. 나중에는 마음먹은 지 이틀 만에 다시 포기하고 며칠 만에 다시 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어렵게 달린 거리가 200km가 조금 못된다. 한 번에 100km씩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에 비할바는 안되지만 소소하게 달리며 느낀 '누적의 힘'을 적어본다.

20.3.27부터 누적 운동 327km 러닝 196km


"에게, 고작" 부정적인 마음의 소리는 일단 무시!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에는 좋았다. 나날이 늘어나는 거리와 시간에 금방이라도 10km라도 달릴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5월 초쯤 되었는데 더 이상 거리가 늘어나지 않으며 자꾸만 거리가 줄어들었다. 비도 오는 날이 많아서 빠지기도 했었다.(바이오리듬이 떨어지는 주기였다는 느낌도 든다.)

  못 달리는 날이 많아지니 운동의 흥미도 잃었다.

 그래서 달랑 200m를 달린 적도 있었다. '이게 운동이 되겠나?'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서 그런 부정의 목소리가 올라올 때 자신에게 한 마디를 해줘야 한다.

  "하지만 달렸잖아." 그 한마디를 해 주자. 운동을 많이 했다는 것보다 계속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연속이 아니라 누적을 보자. 일간이 아니라 주간을

  예전에 공부를 하다가 싫증이 났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공부를 게임처럼 재밌게 할 수 있을까? 아니 재미는 없더라도 조금 더 집중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썼던 방법이 주간 누적 집계였다.

공부 누적 일기

  매주마다 공부 시간을 집계하는 것이다. 집계 시간은 일주일에 대략 10분이면 충분했다. 매일매일의 공부시간을 적고 주말에 한 번에 집계해서 보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 공부를 많이 한 51주는 7시간 50분을 공부했고, 적게 한 50주는 2시간 25분을 공부했다. 일주일에 단 10분이라도 공부했다면 사소하게나마 누적 공부 시간이 늘어난다. 그러면 '내가 조금이라도 발전하고 있구나'이런 생각에 꾸준히 할 힘을 얻어나간다.

(Max는 최대로 공부한 날의 시간, Min은 최소로 공부한 시간의 날이다. 하루에 10분밖에 공부를 못한 날도 많다.)

  일간으로 보면 빠진 시간이 보이지만 주간으로는 빠진 시간이 덜 보인다. 그래서 기록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게 된다.


마일리지나 경험치를 쌓는다고 생각하자.

  운동을 한다고 갑자기 변화가 막 일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도 살도 안 빠지고 괜히 힘든 걸 시작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게 의욕이 떨어질 때 누적 기록을 본다. 마치 항공사 마일리지나 게임의 경험치처럼 내가 멈추지 않는 한 누적 기록은 꾸준히 늘어나며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간다. 그러면 조금 더 달리기가 쉬워진다.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서서히 물든다. 그래서 시간이란 놈이 필요하다. 시간이란 놈을 내편으로 만들려면 꾸준히 늘어나는 누적의 기록을 바라보며 인생을 시간의 흐름으로 바라보자. 어떤 결과물이 아니라.


늘 좋기만 할 수는 없다. 컨디션의 주기가 있다. 

  운동을 하다 보면 늘 좋은 컨디션에서만 달릴 수는 없다. 때로는 나쁜 컨디션에 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나쁜 컨디션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친구로 생각하자. ‘그냥 옷만 입고 집 밖으로 나서자’와 같이 운동의 허들을 낮추는 것이다. 그렇게 허들을 낮춰야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되고 어느 순간 운동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쁜 컨디션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하루 늦어도 일주일이 지나면 흐름이 바뀌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자신의 기록을 모아가다 보면 ‘이때쯤 힘들겠구나’, ‘이제 좋아지겠구나’ 자신의 패턴이 보이게 된다. 그러면 더더욱 자신이 좋지 않은 컨디션일 때 대응하기가 더 쉬워진다.


뚱뚱한 몸매에서 약간 뚱뚱한 몸매로 바뀌어도 괜찮다.

  달리기를 하고 나서 완벽한 몸매가 되기를 바라지만 순식간에 그리 변하지는 않는다. 식스팩과 멋진 근육을 가지려면 달리기는 그저 부수활동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동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약간 들어간 똥배를 바라보면 조금은 자랑스러워진다. 아니 컨디션이 나아진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기대를 적게 할수록 실망도 적어진다.

 


  작심삼일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그 3일의 반복이 백번이면 300일, 거의 1년이 된다. 거대함은 꾸준한 사소함의 누적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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