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잠에서 깼다.
내 기준으로는 악몽이었다
다른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내 눈에는 보이는 영혼
심령술사처럼
그 사람의 물건을 만지자
죽기 전에 살던 모습이 보였다
그 영혼은 내게 말을 걸었다
다른 이가 나를 귀찮게 하지 못하게 하라고
난 그 상황이 싫었다
집 밖으로 나오는 길에 따라 오며
옆에 있는 사람의 목을 잡는 영혼의 모습이 보였다
이건 꿈일꺼야 라고
강하게 부정하며 일어났다
새벽4시반.
다시 자면 똑같은 꿈을 이어서 꿀 것 같아
책상 앞에 앉았다
못 그렸던 그림노트를 꺼냈다
끝내지 못했던 책 표지 그림을 펼쳤다
밑바탕을 그리고 나서
색연필을 꺼내 들었다
색연필로 칠해져 가는 그림을 보니
악몽은 점점 잊혀졌다
물론 생각만큼 잘 칠해지지 않아
약간의 신경은 쓰였지만
일어났을 때의 괴로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밑에 몇 마디를 더 적었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니
큰 일 하나 마친듯
느낌이 좋다
이부자리에서 뒤척였다면
아침부터 찜찜했을텐데
그림 하나에 생각이 달라졌다
잊지 말고 틈틈히 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