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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Sep 05. 2016

유구무언



영어 수업 첫날이 시작되다.

교재에 주어진 문장으로 시작할꺼라는

나의 예상은 산산히 무너지다


나에 대해서 말해달란다

무슨 얘기를 해야하나 난감했다

무작정 생각나는 단어를 던졌다


나이, 직업, 가족 그렇게 말하고 나니

딱히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랬더니 곧바로 치고 들어온다

취미가 뭐냐고 말이다


취미라! 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했더니 언제 그림을 그린 것이 제일

최근이냐며 또 묻는다


그렇게 탁구공을 주고 받듯 몇번의

대화가 오갔다

정확히 말해서는 말 못하는 나를 상대방이 기다려줬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싶었다


D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는 한마디와

함께 나의 20분 영어 수업은 끝이 났다


책만 읽으면 끝날줄 알았던 수업은

그렇게 끝이 났다


강사 Juliet에게 미안하다는 편지를

써야겠다

이리 못해도 계속 칭찬하며 이끌어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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