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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Nov 24. 2021

희소하기에 가치가 있다

넘침은 소중함을 앗아간다.

  아주 오래전 어떤 순간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를 미쳐 챙기지 못해 일회용 카메라를 다는 사실 하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전화기는 그저 통화 용도로만 쓰고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아주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다. 그때는 사진  장이 소중했다. 물론 사진기에 들어갈 필름  통을  사거나 일회용 사진기를 하나  사면될 일이지만 그 얼마 안 되는 돈으로 필름을 다시 사기에는 이상하게 아까웠다.

  사진기가 무용지물이 되고 스마트폰이  자리를 대신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종로 뒷골목에서 필름 카메라와 구식의 필름들을 마주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잊고 있던 사진의 기억을 잠시 떠올렸다. 옛날에는  필름통 하나에 담긴 사진  장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사진  장을 찍으려고 오래 고민을 하며 여러 자세를 취하다가 찍었다. 하지만 지금은  ,  백장 아니  만장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자리를 대신하며 찰나의 모습들을 여러  찍어댄다.


  그렇게 생활이 편리해진 만큼 사진은 과거보다  곱절 많이 늘었지만 저장공간이 부족했던 과거의 사진만큼 사진  장에 담긴 애정은 옛날과 같지 않다. 오래된 사진을 넘기며 아득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일은 거의 없고, 그저 스마트폰의 사진과 동영상을 가끔이나마 챙겨볼 뿐이다. 동영상이 조금  현실에 가까울지는 몰라도 필름 사진 특유의 애틋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희소함이 사라져서 소중함도 함께 사라져 버린  아닐까? 너무나 흔해져서  속에 간절함은 남아있지 않았다.


  만약 우리의 인생이 영원불멸하여 무한히   있다면 스쳐가는 인생의 순간이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겠지. 우리의 삶은 지극히 유한하기 때문이었을까? 철 지난 골목길 필름통을 보고 잠시나마 과거의 기억을 되돌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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