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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r 28. 2021

아빠 언제까지 공부해야 해?

[한동일의 공부법]-한동일

  오랜만에 아이들과 식탁에 마주 앉았다. 나는 회계 문제를 풀고 큰 아이는 독해 문제를 풀고 둘째는 책을 읽는 중이었다. 마뜩치않은 얼굴로 큰 아이가 물었다.

“아빠 공부는 언제까지 해야 해? 어른이 되면 공부할 필요 없는 거 아니야?”

  왜 아빠는 어른이 돼서도 공부를 하냐고 아들이 물었다. ‘배움에 나이란 없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나 ‘먹고살려면 공부해야 해’라는 현실적인 이야기 대신 그래도 아이가 공부가 흥미를 느낄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예전에는 공부가 귀족의 취미였데, 그러니까 귀족처럼 잘해보자.”

  약간 어이가 없는 눈인지 아니면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는 눈빛으로 아들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아빠, 공부는 내 취미가 아닌 거 같다. 난 이제 그만할래.”

  공부를 하기 싫은 데 괜한 핑계만 만들어준 건 아닌지 책을 덮고 떠나는 아들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p.7

 삶이란 내가 원하지 않고 내 의지와 무관하게 물려받은 것들을 원만하게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은데요.


  인생이 내 뜻대로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 인생의 지혜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어려움을 하나씩 하나씩 헤쳐나간다.


p.28

모든 터널은 끝이 있습니다.

다만 끝까지 간 사람에 한해.


  긴긴 터널 속에 갇힌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좌우를 둘러봐도 온통 암흑으로 뒤덮인 느낌이 든다. 그럴 때일수록 나를 믿어야 한다. 포기하지 않는 한 끝은 다가온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p.57

자식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부모도 완벽한 자식을 선택해서 낳을 수 없습니다.


  자식에게 부족한 부분을 자꾸 이야기하였는데 이 문장을 보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자식을 이해해주는 부모도 많을진대  우리 부모는 내게 자꾸 공부하라 고치라 하는 주문이 많을까?’ 내심 아이는 그리 생각하고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완벽한 아이가 아니듯  역시 완벽한 부모가 아닌데 어느 순간 아이에게 완벽을 바라고 있었다. 어른조차 모순덩어리인데도 아이들에게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강조하고 있었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나의 눈높이가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p.188

인문학 서적들이 그렇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무엇인가? 그게 그렇게 지금 자꾸 생각해야 할 중요한 일인가? 시험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인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 주고 해답까지 찾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사실 생의 끝에 기준을 두고 질문을 던지면 모든 것이 사소해진다. 돈이든 인간관계든 나의 업이든 최소한 생의 끝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사실을 잊은  우리는 영원불멸의 존재처럼 생각하기에 고민이 생긴다. 마치  고민이 끝나지 않을  같은 영원처럼 느껴진다.

  아직은 독서의 깊이가 얕아서인지 인문학 책으로부터 답을 얻지는 못했다. 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시간의 힘을 이용하는 일기장을 통해 얻는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써온 일기에서 숱한 나의 고민들이 있었지만 1년이 지나 10년이 지나면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러니 답답한 마음이 들거나 괴로운 일이 있다면 불평불만을 아무리 오래 이야기해도 짜증을 내지 않는 일기장에게 모두   적어보자. 그렇게 마음을 털어내고 나면 마음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질 테니


p.263

“공부가 뭐냐?”라고 묻는다면 버티는 거라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도 삶도 버텨나가는 겁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매일 ‘하루’라는 매듭을 지어나가고, 자신의 이정표가 될 의미 있는 매듭도 짓게 됩니다. 그 매듭들이 모여 삶이라는 단단하고 굵은 동아줄이 되는 거죠.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앞서 지은 매듭을 돌아보며 우리는 다시 버텨낼 힘을 얻고 이겨낼 방법을 배웁니다.


  하루하루 사소한 매듭들을 이어간다. 어떤  날은 잘 묶이지만 어떤 날은 곧장 풀릴 듯 허술하다. 하지만 그런 매듭이 모여 튼튼한 밧줄이 된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어설픈 매듭이라도 이어가 보자.


  아들아 인생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생을 꿈꾼다면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삶이란 네가 배우는만큼 깨닫기 때문이란다. 지금이 아니라도 나이가 들어 삶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면 너도 언젠가 아빠와 똑같은 고민을 할 게다. 부디 너는 아빠보다 그래도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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