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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y 08. 2023

마음이 아픈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썩은 표정

  매사에 늘 시니컬한 친구가 있었다. 모든 것들이 회색으로 보이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부정적인 어휘가 튀어나와 가족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그랬던 친구가 몇 년 만에 다시 연락이 왔다. 그 친구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았다.


  "마음에 힘들면 병원 한 번 꼭 가봐. 일상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면 필히 전문가랑 상담을 해야 해. 병원 가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니까"


  평소의 그였다면 그냥 지나쳤을 일인데, 그 친구의 과거 모습과 지금의 달라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면 병원에 가보는 게 맞겠다 싶었다. 병원에 가는 일이 마음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물었다.

  "당신 얼굴이 변했어. 예전에는 늘 웃음기를 담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거의 무표정하거나 화를 내는 것 같아. "

  옆에 있던 아들이 분위기를 보더니 한 마디를 보탠다.

  "아빠, 표정이 썩었어."

  이건 문제다. 늘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주위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나의 표정이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만 몰랐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책 하나를 펼쳤다.


  아내가 읽고 있는 우울증 관련 책에서 마틴 샐리그만의 14가지 치료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중에서 나를 위한 방법으로 괜찮다고 생각한 방법이 3가지였다.


  1. 감사 일기 쓰기

  2. 편지 쓰기

  3. 선물하기


  감사일기로 일상에서 감사함을 찾고, 타인에게 고마움을 전달하며 자기 효능감을 회복하고, 타인에게 선물을 하여 인간적인 공감을 얻는 일에서 다시 긍정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보였다. 이렇게 하다 보면 싱싱하고 웃음이 가득했던 아빠의 표정을 되찾을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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