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자 아버지
아침 등굣길에 딸과 같이 나왔다. 유치원 다닐 때만 해도 직접 카네이션을 만들고 편지까지 매년 챙겼었다. 올해는 없냐라는 나의 물음에 딸이 한 마디를 건넨다.
“아빠 고맙고 사랑해.”
그리고는 갈 길을 향하는 딸에게 응수를 했다.
“말로 때우고 끝나는 거니?”
그러자 딸이 어딘가 모르게 억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한다.
“아빠도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말로 할 거 아닌가?”
나도 아버지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겠다고는 해놓고 그냥 전화로 끝냈기에 더 이상의 한 마디를 하지 못했다. 이성적인 딸의 이야기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퇴근길 마트를 들러 부랴부랴 카네이션 한 송이를
샀다.
그래도 아빠는 이만큼이라도 하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막내의 선물을 보니 카네이션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카네이션 따위보다야 손주가 훨씬 더 좋은 선물이지. 우리 집 손주 녀석들은 이런 사실을 아는지. 딸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으니 답변이 기가 차다.
“나는 지금까지 13년이나 했고 쟤는 고작 1년 했는데 내가 더 많이 한 거 아닌가? “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부모에게 효도라는 어머니 이야기를 들으니 건강히 학교만 다니기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하며 염치없는 아빠의 편지 욕심을 내려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