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y 09. 2023

어버이날의 염치

아들이자 아버지

  아침 등굣길에 딸과 같이 나왔다. 유치원 다닐 때만 해도 직접 카네이션을 만들고 편지까지 매년 챙겼었다. 올해는 없냐라는 나의 물음에 딸이 한 마디를 건넨다.


“아빠 고맙고 사랑해.”


  그리고는 갈 길을 향하는 딸에게 응수를 했다.


“말로 때우고 끝나는 거니?”


  그러자 딸이 어딘가 모르게 억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한다.


  “아빠도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말로 할 거 아닌가?”


  나도 아버지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겠다고는 해놓고 그냥 전화로 끝냈기에 더 이상의 한 마디를 하지 못했다. 이성적인 딸의 이야기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퇴근길 마트를 들러 부랴부랴 카네이션 한 송이를

샀다.

그래도 아빠는 이만큼이라도 하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막내의 선물을 보니 카네이션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카네이션 따위보다야 손주가 훨씬 더 좋은 선물이지. 우리 집 손주 녀석들은 이런 사실을 아는지. 딸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으니 답변이 기가 차다.

“나는 지금까지 13년이나 했고 쟤는 고작 1년 했는데 내가 더 많이 한 거 아닌가? “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부모에게 효도라는 어머니 이야기를 들으니 건강히 학교만 다니기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하며 염치없는 아빠의 편지 욕심을 내려놓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이 아픈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