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손맛
나는 유난히 김치를 좋아했다. 다른 반찬이 없어도 나는 김치 하나에 밥을 뚝딱 해치울 만큼 김치가 좋았다. 특히나 어머니의 김치에서는 특유의 아삭함이 느껴졌다. 감칠맛과 함께 느껴지는 아삭함, 그래서 가족들은 어머니에게 김치 가게를 해 보라는 말을 할 줄 정도로 어머니의 김치에서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런 어머니도 이제 칠순을 바라보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어느덧 세월의 무게가 어머니의 주름에서 느껴진다. 작은 일에도 쉽게 눈물을 보이시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많이 약해지셨구나'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
더더욱 아쉬운 점은 과거의 어머니 김치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는 사실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맛을 유지하려 애쓰셨다. 어느 날 집에 가보니 노트와 함께 신기한 물건이 하나 놓여 있었다.
무엇인가 했더니 염도계였다. 김치에 가장 중요한 간을 맞추기 위해서 더 잊기 전에 염도계를 사서 맞추고 계셨다. 분명 그렇게 노트에 염도와 시간을 적어가며 균일한 염도로 김치를 담갔지만 예전의 맛은 살리지 못했다.
어머니의 요즘 김치에서 과거의 감칠맛과 아삭함은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해 주신 정성을 생각하며 액젓의 짠맛을 참아내며 밥을 먹었다.
어쩌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김치조차 먹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문득 아버지가 몇 해 전에 해 주셨던 한 마디가 떠올랐다.
“아들아, 엄마가 싸주는 음식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희 집에는 먹을 사람이 없으니 휴게소에 버리고 가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래도 엄마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가져가는 게 좋겠구나.
엄마, 아빠 죽고 나서 제사에 좋은 음식을 올릴 생각 말고 살아 있을 때 잘해 주는 게 더 좋은 것이란다.”
항상 음식을 싸주면 투덜거리던 나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나선 어머니가 싸준 음식을 군말 없이 가져오게 되었다. 그렇게 어머니가 보내주신 음식이 쌓여가지만 묵묵히 냉장고에 넣는다.
어쩌면 그렇게 불평불만하며 먹던 김치를 나중에는 눈물에 젖어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