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그만
#1
오래전 부하직원이 잘못한 일처리로 연락이 왔다.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했건만
기초적인 사실관계 파악부터 잘못되었던지라
상대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마음속에서 한 마디가 울렸다.
‘나의 잘못은 아닌데, 하지만 직상급 관리자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2
사람이 많이 붐비는 대중교통
뒷사람 때문에 앞사람을 밀었지만
먼저 죄송하다며 사과의 말을 전한다.
‘뒷사람 때문이지,
내가 그런 것이 아닌데 왜 내가 변명해야 할까?’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외쳐봐야
마음속의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항상 타인을 배려하며
사과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배워왔다.
집에서였는지
아님 학교에서였는지
사무실에서였는지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미안하다’,’ 죄송하다’를
먼저 이야기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아 철학책을 폈다.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한 마디가 보였다
사람과 사는 환경에서
오해를 사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시시비비를 가려
나의 정당함을 주장할 순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내가 바라는 바일까?
타인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면
약간의 오해는 때로
받아들임의 문제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