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15. 2022

뭐가 늘 죄송한지

나도 모르게 그만

    #1

  오래전 부하직원이 잘못한 일처리로 연락이 왔다.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했건만

기초적인 사실관계 파악부터 잘못되었던지라

상대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마음속에서 한 마디가 울렸다.

  ‘나의 잘못은 아닌데, 하지만 직상급 관리자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2

  사람이 많이 붐비는 대중교통

뒷사람 때문에 앞사람을 밀었지만

먼저 죄송하다며 사과의 말을 전한다.

  ‘뒷사람 때문이지,

내가 그런 것이 아닌데 왜 내가 변명해야 할까?’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외쳐봐야

마음속의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항상 타인을 배려하며

사과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배워왔다.

집에서였는지

아님 학교에서였는지

사무실에서였는지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미안하다’,’ 죄송하다’를

먼저 이야기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아 철학책을 폈다.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한 마디가 보였다


“목욕탕에 가서

물이 튀지 않기를 바라지 마라.”

  

사람과 사는 환경에서

오해를 사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시시비비를 가려

나의 정당함을 주장할 순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내가 바라는 바일까?

타인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면

약간의 오해는 때로

받아들임의 문제는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잡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