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기준
야외로 이어진 지하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풀씨가 어디서 날려왔는지 한참을 자란 풀 한 포기가 보였다. 풀이 자란 자리가 계단이기에 언제든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장소였다. 그 풀은 계단을 지나는 사람에게는 그저 잡초였기 때문이다.
계단을 올라 나와보니 비슷한 풀 하나가 자라고 있었다. 열심히 자라라고 응원해 줄 자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 의해 ‘넌 자라야 할 대상이 아니야’라고 최소한 없어질 걱정은 안해도 될 자리였다.
똑같은 풀이었지만 어느 자리에서는 잡초였고 다른 자리에서는 그냥 풀이었다. 풀이 자리를 잡은 것은 그의 의지는 아니었을텐데 어쩌다 보니 잘못된 자리에서 잡초처럼 취급을 받게 되었다.
문득 나의 자리는 저 잡초처럼 자리를 잘못 잡은건 아닐까?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다른 돌들처럼 그저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야 하는 곳에 눈치없이 풀 한 포기를 자라게 하고 있는건 아닌지. 풀 하나에 웬지모를 작은 아쉬움이 깃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