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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ug 11. 2022

3천만원 짜리 만원

채권자와 채무자

  벽에 만원 짜리 하나가 걸려 있었다. 만원 짜리를 유심히 보던 나에게 사장님이 질문을 던졌다.


“저게 얼마 짜리 같아요?”

  만원 짜리 지폐를 보고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었다.


“3천만원 짜리에요”


나는 약간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내가 미친놈 같죠?

만원 짜릴 보고 3천만원이라고 하니?”


그랬다. 그저 주어진 현실만으로는 미친 소리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조금은 해 보았다.


늘 그렇듯 시작은 크지 않았다.

“사장님 50만원만 가불해주세요!”

내 돈에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자기 월급에서 일부를 먼저 달라는 이야기였다.

싹싹하게 잘 일하는 친구가 돈이 없나 싶었다.


그렇게 사장님은 본인 밑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50만 원을 빌려 주었다.

그리고 다가온 월급날 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주었다.


다음 달 이제는 액수가 1백만원으로 늘어났다.

행동거지가 달라진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그 친구가 배신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흔쾌히 1백만원을 계좌로 보내주었다.

월급날 1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보내주었다.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사무실에 잘 나오고 있으니

타박할  없었다.


그러다가 급하게 이사를 해야 하는데

5백만원이 부족하다며 급전을 발려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장모님이 병원에 입원하셨다며

2천만원을 빌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간의 수고도 있고

설마 떼먹겠나 하는 생각에 빌려 주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다음날부터 그 친구는 나오지 않아

연락을 해 봤으나 닿지 않았다.


법적인걸 따져 보았으나

그 친구 앞으론 아무것도 없었다.


주소지를 겨우 수소문해 집 앞에서 잡았다.

그렇게 빌려간 돈과 회사 돈 3천만원을 가져가고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수중에 이거밖에 없어. 꺼져!


그 말과 함께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사장 면전에 던졌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상대를 너무 믿은 우둔함

갖은 생각들이 겹치며

사장은 그저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저 만원짜리 한 장을 보며

또다시 실수하지 않기 위해

복기하고 있다고 했다.


타인도 역시 선한 의도를 갖고 있고 싶다고

믿고 싶지만 자꾸만 타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며

인간은 본디 성악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다.

갈수록 믿을만한 사람 찾기가

어려워지는 이유가 인간의 본성 때문일 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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