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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Sep 21. 2022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때

나이듦의 순간

  항상 부모님은 곁에 있고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부모님이 병원에 자주 가시며 건강하신 것을 감사해야 할 때가 왔다.

  시험공부를 위해 날을 새는 일은 아무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몇 시간만 잠을 못 자도 종일 졸고 있는 나를 보았다.

  계단 정도야 가뿐히 뛰어다닐 수 있었지만 코로나가 걸리고 나서 이제는 몇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차는 내가 보인다.


  나는 영원히 시간이 가지 않는 줄 알며 살아왔다. 그렇게 나는 젊음이란 시간에 무한히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나이 듦의 한 복판에 놓여 있었다.

  맥반석 계란인 줄 알고 무작정 깨던 내가 이제는 혹시나 날계란이면 어쩌지라는 조심성이 늘어간다. 무모함이 줄어들어서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 현명해졌다고 좋아해야 할까?


  재미없는 동물 프로를 보시던 아버지가 이해되고, 매번 꽃과 나무를 찍던 팀장님도 납득이 되고 야식을 먹고 부대끼던 형님들의 모습이 나에게도 보여서 당황스럽다. 아니 이제는 나이듦을 그러려니 하려 한다.


  늘상 가야 할 곳이 있었다. 어릴 때는 학교에, 커서는 직장에, 그렇게 어딘가로 늘 향해야 할 시간도 이제 20년이 남지 않았다. 항상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으면서 나이를 먹어간다. 내 인생의 가장 젊은 이 순간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걸까? 당연한 일들의 고마움을 잊은 채 사는 건 아닌지 잠시 생각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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