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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19. 2016

효자 올림

어제 할머니의 제사가 있어

집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아내는 이미 제사상을 차리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들도 해보겠다며

아버지 옆에서 한과나 다과를

쌓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준비한 뒤에 차려진 제사상


아버지가 잔을 올리시며 제사를 시작하셨다

유세차로 시작하는  제사 축문 

전에는 그다지 주의깊게 들리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한자한자 또렷하게 들렸다

그 중에서도 두 글자가 마음을 건드렸다

효.자.


할아버지 할머니를 기리는 마음을 담은

아버지가 준비한 제사상


어머니는 나이도 있고 몸도 아프니 

이제  자도 살아야 되지 않느냐며

제사를 그만 지내자 하시는데


아버지 입장에선 일찍 가신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제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듯

굳게 입을 다물고 계셨다


언제까지 이 제사상을 차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우리 아이가 내 나이쯤 되었을 때는

제사는  그저 사회 교과에서 볼 수 있는  

과거의 전통쯤으로 남지 않을까?


죽고 나서 제사상을 잘 차릴 생각 말고

살아있을 때 잘 하라는 어머니의 말씀과

제사상 앞에서 아련히 앉아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묘하게 교차되며 효자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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