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할머니의 제사가 있어
집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아내는 이미 제사상을 차리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들도 해보겠다며
아버지 옆에서 한과나 다과를
쌓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준비한 뒤에 차려진 제사상
아버지가 잔을 올리시며 제사를 시작하셨다
유세차로 시작하는 제사 축문
전에는 그다지 주의깊게 들리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한자한자 또렷하게 들렸다
그 중에서도 두 글자가 마음을 건드렸다
효.자.
할아버지 할머니를 기리는 마음을 담은
아버지가 준비한 제사상
어머니는 나이도 있고 몸도 아프니
이제 산 자도 살아야 되지 않느냐며
제사를 그만 지내자 하시는데
아버지 입장에선 일찍 가신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제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듯
굳게 입을 다물고 계셨다
언제까지 이 제사상을 차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우리 아이가 내 나이쯤 되었을 때는
제사는 그저 사회 교과에서 볼 수 있는
과거의 전통쯤으로 남지 않을까?
죽고 나서 제사상을 잘 차릴 생각 말고
살아있을 때 잘 하라는 어머니의 말씀과
제사상 앞에서 아련히 앉아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묘하게 교차되며 효자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