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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21. 2023

081_망고 크로와상

디저트 그리기

얼마 전 카페에 들러 소금빵과 망고 크로와상을 시켰다. 소금빵보다 망고 크로와상이 유난히 맛있고 예뻐 보였다.

다음번에 꼭 그려봐야지 하고 사진을 찍어놓았다.

펜을 들고 사진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 오로지 윤곽선을 그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려나가 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려야 하지만 벌써 마음은 저만치 앞서 가있다. 그림 선생님의 '느리게 천천히 스케치를 하세요'라는 조언은 진즉 머릿속을 떠나버렸다. 가끔은 드로잉이 명상에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로지 그림 하나에 집중하며 호흡을 다스리는데 명상이 따로 없다.

무언가 허전한 느낌에 색연필을 들었다. 그림자도 조금 넣고 빵의 질감도 살렸으면 좋겠지만 오늘은 그림자나 겨우 살릴까 말까 하는 지점에서 끝이 났다. 그레고리 아저씨의 조언을 위안 삼으며 나의 그림을 덮다.


  펜을 잡고 당신이 느낀 모든 감정을 실어서 그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펜촉을 움직여 그리는 거다. 예술이 어떻다든가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라든가 내가 미숙하고 못나고 멍청하고 제멋대로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따윈 접어둬야 한다. 청구서나, 두통, 불평거리, 집안일들을 모두 잊고 펜, 종이, 그릴 사물 그리고 나 자신만을 생각해야 한다.

  눈앞의 사물을 보면 볼수록 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든다. 윤곽선을 그린 다음 질감과 그림자를 그리고, 더 세부적인 질감과 그림자를 그린다.

  (중략)

  이렇게 그린 그림은 당신의 여정을 기록한 지도이기도 하고 기념품이기도 하다. 또 당신의 시각이 정확할수록 그림도 정확할 것이다. 그 그림은 그냥 간직해도 좋고, 액자에 끼우거나 팔아도 좋다. 뭐가 문제인가? 이 여정의 굽이굽이가 당신 마음속에 각인될 텐데.

창작 면허 프로젝트 - 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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