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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Feb 03. 2024

#34 상속받은 게 없는데도 상속세를 내라고요?

처분재산 상속 추정

  세법에는 의제와 추정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일단 둘 다 한문으로 쓰인 단어라서 그 의미가 언뜻 눈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제는 실제 형식은 그것이 아니지만 법적으로 그렇게 보겠다는 뜻입니다. 추정은 법적으로 그렇게 보겠으나 반대되는 증거가 있으면 그렇게 판단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두 가지 말이 똑같은 의미를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증여의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형식은 증여가 아니지만 사실상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을 실제 팔리는 가격보다 아주 싸게 파는 특별한 주식 거래를 해서 아버지인 주주는 크게 손실을 보고 아들인 주주는 크게 이익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아버지가 돈을 자녀에게 준 것은 아닙니다만 주식 거래 형태가 증여만 아닐 뿐 실질적으로는 자녀가 이익을 본 것에 해당하므로 무조건 재산을 공짜로 넘겨준 것으로 보고 증여로 보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추정의 대표적인 예로 상속 추정을 들 수 있습니다. 사망하신 분이 돌아가시기 1년 이내에 2억, 2년 이내에 5억 이상을 찾아서 쓰셨는데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 자금은 자녀들이 쓴 것으로 보아서 상속세로 과세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추정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아버지가 우리에게 주지 않고 개인적으로 쓰셨다는 것을 서류로써 증명하는 경우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돌아가신 분의 일을 자녀들이 모두는 알 수 없는 일이지요. 때로는 억울한 사정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분께서는 생전에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고 계좌에서 현금으로 돈을 찾아서 못 사는 사람들에게 보태주셨다고 합니다. 재산이 많았던 분이었는데 워낙 남들에게 주시기를 좋아하셔서 돌아가시기 전에 확인되지 않은 현금 출금액이 수억 원에 달했습니다.


  자녀들은 부모님이 좋은 일을 하신다고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는 알 수 없었습니다. 상속세 조사 과정에서 자녀들에게 돌아가시기 2년 전부터 돌아가시는 날까지의 현금으로 찾아간 금액에 대한 사용처 자료를 요구하자 자녀들은 난감했습니다. 좋은 일을 하신다는 것은 알았지만 누구에게 준 것인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사용처를 밝히지 못한 금액에 대해서 결국 상속세를 내야만 했습니다. 만약에 좋은 일을 꼭 하셔야 한다면 현금이 아니라 계좌이체를 하시거나 단체를 통한 기부를 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자녀들이 사용하지도 않은 현금에 대해서 애꿎은 상속세를 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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