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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Feb 07. 2024

#38 제가 뭘 잘못했나요?

상속세 조사 통지서

  "코딱지만 한 재산을 물려받았는데 우리 같은 사람을 조사할 시간에 돈 빼먹는 사람을 조사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 내가 전화받기 싫은 데가 3곳 있는데 법원, 경찰, 세무서에요. 세무서랑은 통화하고 싶지 않아요"

  몇 년 전 상속세 조사 통지서를 받고 항의 전화를 한 아주머니의 질문이었습니다. 본인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조사를 받아야 하냐고 따지셨죠. 제가 답을 하기도 전에 통화를 끊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세무조사라고 하면 우선 범법자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세무조사와 달리 상속세나 증여세 세무조사는 그 성격을 달리 합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부가가치세, 법인세, 소득세는 본인이 신고한 것으로 결정이 됩니다. 세무서에서는 신고서에 오류가 있거나 세금을 내지 않은 경우에 고지서가 나가게 됩니다. 이후에 그 내용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이 되죠. 그런 경우에는 법을 어겼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속세나 증여세는 정부가 결정하는 세금입니다. 즉 사람들이 세금을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확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그 내용을 확인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죠. 상속세나 증여세 세금 신고는 결정하기 전의 예비 과정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상속세나 증여세를 정확하게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누락된 재산이 없는지 평가는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한 후 정부가 결정을 해서 통지를 하게 되는 것이죠.


  다만 상속 재산이 배우자가 없는 경우 5억 원이나 배우자가 있는 경우 10억 원 이하라면 세금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내부적인 자료를 가지고 종결 처리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를 뿐입니다. 즉 재산이 많든 적든 세무서에서는 결정을 하는 것이죠.


  그분께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상속세나 증여세는 세금 신고에 대한 잘못이 있는지와 무관하게 무조건 확인을 하게 되며, 뭘 잘못한 사람만 조사를 받는 것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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