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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잘못이 없어요

늙는다는 착각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가 깊어진 주름을 발견하고 한숨을 쉬었던 적이 있습니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임에도, 우리는 왜 이토록 나이 듦을 두려워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걸까요?노년이라는 단어에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저는 치매, 연금, 장례식장... 암울한 이미지들이 따라오더군요.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실제로 우리의 수명을 8년이나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영향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우리의 생각이 실제로 우리의 생명력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는 젊음을 숭배합니다. 화장품 회사들은 '안티에이징'이라는 문구로 우리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보험회사들은 노후 파산의 두려움을 부추깁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진정한 노년의 모습일까요? 김수환 추기경님, 이어령 교수님, 법정 스님을 떠올려보십시오. 이분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어진 지혜와 원숙함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신 분들입니다.


나이 듦은 쇠퇴가 아닌 성장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체력의 감소나 기억력의 저하를 단순히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나 쉬운 변명일지도 모릅니다. 운동을 하지 않아서, 제대로 된 자극과 학습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며,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것은 우리의 선택과 태도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나이 듦은 젊었을 때부터 준비해야 하는 예술"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노후 자금을 모으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마음가짐과 생활 습관,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우리의 평균 수명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시각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잃는 것만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더 풍부한 경험과 지혜,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습니다.


젊음을 되찾으려 애쓰기보다는, 각 나이대가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안티에이징'이 아닐까요?


자신도 모르게 더 이상 나이를 핑계 삼지 말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라는 말로 시작하는 변명들을 멈춰야 합니다. 대신 "아직 할 수 있어"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이는 우리의 한계가 아닌,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이 듦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부정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나이 듦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할 때입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나이 듦이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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