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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아이를 키우는 법

성숙한 어른으로 가는 여정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오늘 아침, 거울 속 얼굴에 비친 주름살을 잠시 바라보았다. 시간은 흘러 내 피부에 자국을 남겼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다섯 살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는 모두 나이를 먹는다. 달력의 숫자는 무심하게 넘어가고, 우리의 몸은 그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하지만 진정한 성숙함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어린아이와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 아닐까?


어스름한 저녁, 문득 찾아오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 직장에서 동료의 한마디에 갑자기 몰려오는 서러움. 이유 없이 떠오르는 화. 이런 순간에는 내 안의 작은 아이가 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의 마음속 어딘가에는 '내면아이'가 살고 있다. 이 작은 아이는 우리가 경험했던 모든 감정, 모든 상처, 모든 기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때로는 잊고 있던 그 아이가 불쑥 나타나 우리의 삶을 주도하기도 한다.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펼쳐 보듯, 내 안의 아이는 과거의 감정을 현재로 끌어온다.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산의 모습처럼, 우리의 내면아이는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다. 어쩌면 우리가 '어른스럽지 못하다'라고 느끼는 순간들은, 바로 이 내면아이가 삶의 무대 위로 올라온 순간들 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아침, 나는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지금 내 반응은 40대의 나인가, 아니면 다섯 살 때의 나인가?" 그 질문은 마치 조용한 호수에 던진 작은 돌멩이처럼, 내 의식의 표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내면아이를 알아차리는 일은 숲 속에서 작은 새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과 같다. 일상의 소음 속에서도 그 미세한 신호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갑작스러운 슬픔이 찾아올 때, 이유 모를 두려움이 엄습할 때, 잠시 멈추어 그 감정의 뿌리를 찾아보자. 그곳에는 아마도 안아주기를 기다리는 작은 아이가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 반복적으로 당신의 마음을 흔들고 있거나, 특정한 말투나 표정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아마도 내 안의 내면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일 것이다. 오래된 상처가 다시 아파오는 순간, 그 아픔은 종종 현재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내면아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과 같다. 판단하지 말고, 억압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 내 안의 내면아이는 나쁜 존재가 아니다. 그저 이해받기를 원하는, 나 자신의 가장 순수한 부분일 뿐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마치 처음 보는 풍경처럼 관찰해 보자. "지금 내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구나." "이 상황이 나를 슬프게 하는구나." 이렇게 감정을 인정하는 것은 마치 추운 날 내면아이에게 따뜻한 담요를 덮어주는 것과 같다.


오래된 일기장을 펼쳐보듯, 나는 종종 어린 시절의 나와 조용한 대화를 나눈다. 그것은 마치 시간의 강을 건너 만나는 비밀스러운 만남과도 같다.

"그때 많이 외로웠지? 이제는 내가 네 곁에 있어." "네 감정은 소중해, 내가 들을게." 이렇게 내면아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오래된 상처에 내리는 봄비와 같다. 천천히, 부드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치유의 씨앗을 심는다.


때로는 종이에 대화를 써보는 것도 좋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 혹은 어린 시절의 나로부터. 그 대화는 시간의 경계를 넘어 우리를 연결하고, 단절되었던 감정의 흐름을 다시 이어준다.

진정한 성숙함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단단한 껍질을 두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드러운 마음을 유지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능력이 아닐까?


성숙한 어른은 내면아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존재를 인정하고, 적절히 돌보며, 때로는 그 순수한 에너지를 삶에 흐르게 한다. 그것은 마치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드는 일이다. 세월은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그러나 그 변화는 결코 서두를 수 없는, 자연의 시간을 따르는 것이다. 나무의 나이테가 한 해에 하나씩 쌓이듯, 우리의 성숙함도 하루하루의 경험 속에서 천천히 형성된다.


아침에 눈을 뜨며 나는 종종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오늘 하루, 내 안의 아이에게 무엇을 선물할 수 있을까?" 그것은 작은 산책일 수도,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시간일 수도, 혹은 그저 깊이 호흡하는 순간일 수도 있다.


이런 매일의 작은 실천이 내면아이를 건강하게 키운다.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필요할 때는 도움을 청하는 법을 배운다. 이는 마치 정원을 가꾸는 일과 같다. 매일 조금씩 물을 주고, 때때로 햇빛을 쬐게 하며, 가끔은 그저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실수할 권리를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한 어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가끔 넘어지고, 실수하며, 다시 일어선다. 마치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존재다.


내면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국 나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이며,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하나의 실로 꿰어내는 섬세한 작업이다. 나이는 단지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는 숫자에 불과하다. 진정한 성숙함은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지, 그리고 삶의 파도 앞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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