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인줄 알았는데 소설이었네

키루스 대왕의 리더십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오래전 제가 모시던 상사 한 분이 기자분들에게 선물을 주시겠다고 책을 사셨습니다. 책도 두껍고 제목도 특이해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키로파에디아'라는 키루스 대왕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리더십을 다룬 책이라 언젠가 한 번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얼마전 중고 서점을 들렀다가 서가에 비치된 중고 책 한권을 발견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구입했던 책을 설 명절을 맞아 꺼냈습니다.

처음은 약간 지루했습니다. 과연 읽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꾸역꾸역 읽어나갔지요.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키루스 대왕은 성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산에 대해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받은 재산은 모두 부하들과 나누었으며 피지배 국가의 국민들이 약탈당하지 않게 관리하였으며, 그들의 체계도 모두 존중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예쁜 이성을 보아도 아무렇지 않게 여겼습니다. 본문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키루스 대왕은 예쁜 이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외모가 예쁜 이성은 불과 같다. 그것을 잠시 쳐다보는 것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오래도록 쳐다보면 관심과 사랑이 생긴다. 마치 나무를 잠시 불에 지나는 것은 나무가 불에 타지 않지만 불에 계속 노출되면 언젠가 타오르게 된다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지요.


또한 그의 리더십 또한 탁월했습니다. 각 부대의 규모에 맞춰 지휘자를 선발하고 지휘자를 격려하기 위해 경연을 열어 서로 경쟁하도록 하였으며, 누구하나 뒤떨어지지 않도록 전리품의 배분까지도 신경쓴 완벽한 리더처럼 보였습니다.


책에서 그는 죽음조차도 모든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경건하게 맞이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과거에 읽었던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생각났습니다. 제 기억에 키루스 대왕의 죽음은 목이 잘렸다고 했던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뒤져보니 마사게타이 부족의 여왕에게 패했습니다. 마사게타이 여왕은 피가 담긴 가죽 부대에 키루스의 머리를 담그며 “당신이 원하던 피를 마음껏 마시니 원하는 대로 되었느냐?”라고 했던 대목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과연 사실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알고 보니 키로파에디아는 소설이었습니다. 크세노폰이 자신의 생각을 잘 나타내기 위해 키루스 대왕의 사실을 가져다가 쓴 리더십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또한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사실과는 달리 과장된 면이 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알렉산더 대왕이 키루스 대왕의 시신이 온전했다고 이야기했다는 걸 보면 목이 잘려 죽은 것이 아니라 전사하거나 병으로 사망해서 자신의 영지 무덤에 묻혔다는 표현이 맞겠다 싶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 채 책의 권위에 묻혀 진실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위대한 사람이 쓴 것이니 진실이겠거니 하고 넘기기 쉽지요. 리더십에 관한 책을 읽다가 오히려 "과연 이것은 사실인가?"라는 비판적 시각을 갖춰야 제대로 된 독서를 할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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