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책 읽기-반서재를 비우다
1월 한 달 동안 작년에 읽은 책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다. 완독한 책 10권, 읽는 중인 책 9권. 숫자로 보면 그저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 이번 1월은 꽤 의미 있는 달이었다.
완독한 책: 10권
인생에 관한 짧은 생각들 (컬러판) - 정해인
세네카의 행복론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허삼관 매혈기 - 위화
퀴팅 - 줄리아 켈러
클루지 - 게리 마커스
무기가 되는 시스템 - 도널드 밀러
강원국의 글쓰기 - 강원국
그들의 하루 - 차인표
제 이름은 빌입니다 - Susan Cheever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이어령
읽는 중인 책: 9권
내가 빵을 굽다니, 찬장 속 밀가루가 웃을 일이다 - 박재란 (10%)
히든 포텐셜 - 애덤 그랜트 (58%) 과거에 읽은 책을 재독하다.
워어드 - 조지프 헨리 (32%)
밥따로 물따로 음양식사법 - 이상문 (9%)
뛰는 사람 - 베른트 하인리히 (45%)
아직도 가야 할 길, 그 길에서의 명상 - M 스캇 펙 (17%)
끝나지 않은 여행 - M 스캇 펙 (22%)
원청 - 위화 (28%) 독서노트는 적지 않았지만 완독하다.
벤 호건 골프의 기본 - 벤 호건, 허버트 워런 윈드 (82%) 과거에 읽은 책을 재독하다.
움베르토 에코가 말한 반서재라는 개념이 있다. 읽지 않은 책들로 채워진 서재를 반서재라고 한다. 내 반서재에는 읽기 위해 사두었지만 읽지 못한 채 쌓여만 가는 책들이 점점 많아졌다.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책장 한편에 고이 모셔두었던 책들이 어느 순간부터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책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스마트폰 할 시간은 있고 책 볼 시간은 없니? 왜 아직도 안 읽어?" 하고 묵묵히 따져 묻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그 책들을 읽자고 결심했다. 브런치 독서클럽의 힘을 빌어 책 읽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들 중 상당수를 이번 달에 완독했다. 이제 1, 2권 정도만 남은 것 같다. 물론 다 읽지 않은 책도 있다. 하지만 그런 책들은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었다. 내용 중에 나에게 도움이 안 되거나 흥미가 일어나지 않는 책들은 읽다가 과감히 멈췄다. 더 이상 읽지 않았다.
줄리아 켈러의 『퀴팅』을 읽고 나서 그 결정에 확신이 생겼다. 그만두는 것도 용기라는 저자의 주장에 과감히 읽다가 멈추었다. 끝까지 읽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내게 필요 없는 책, 나와 맞지 않는 책을 억지로 끝까지 읽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 책을 읽으며 쓴 글(https://brunch.co.kr/@hermite236/1982)에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그만두는 것도 전략이다." 독서에도 이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게리 마커스의 『클루지』는 두 편의 글(https://brunch.co.kr/@hermite236/1978, https://brunch.co.kr/@hermite236/1977)로 정리했다. 인간의 뇌가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는지, 우리의 사고가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는지 알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걸 배웠다.
이어령 교수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 책을 읽고 쓴 글(https://brunch.co.kr/@hermite236/1972)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유하고 질문했던 한 지성인의 모습에서 나는 죽음과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세네카의 『행복론』(https://brunch.co.kr/@hermite236/1969)을 읽으며 스토아 철학의 지혜를 되새겼고,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https://brunch.co.kr/@hermite236/1968)를 읽으며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 내가 쓴 『인생에 관한 짧은 생각들』도 다시 읽었다. 예전에 썼던 문장들이 지금의 나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책을 많이 읽으니 생각도 많아지고 글을 쓸 거리도 많아지는 것 같다. 독서와 글쓰기는 서로를 살찌우는 관계다. 읽으면 쓰고 싶어지고, 쓰다 보면 더 읽고 싶어진다. 이번 달의 독서는 그런 선순환을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반서재를 비우고 나니 단순히 책을 읽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오래 미뤄왔던 일들을 해내는 것,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채워가는 것이라는 만족감을 주었다. 2월에도 이 기세를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 이제 남은 1, 2권의 책들을 비우고 다시금 반서재를 채울 순간을 기대해 본다.